버지니아 울프(1882년 1월 25일 ~ 1941년 3월 28일)는 영국 작가입니다. 소설과 에세이를 썼고 20세기 영국 모더니즘을 이끈 작가 중 하나이고 여권 신장을 위해서 노력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버지니아 울프(1882년 1월 25일 ~ 1941년 3월 28일). 약하고 쓸쓸해보입니다.
울프의 책 중 유일하게 읽은 책이 바로 이 '자기만의 방'입니다. 그런데, 이 책, 아니 이 책의 한 문장에서 작가, 더 나아가서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무엇을 반드시 갖춰야 하는지 제대로 배웠습니다. 자본주의자, 자본가가 되어야 하는 궁극의 이유가 가장 중요한 이념인 '먹고사니즘'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함인데, 울프는 이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간단/명료/명쾌하게.
뜬금없습니다만, '좋아하는 일과 잘 하는 일 중 어느 것을 하는 것이 맞을까요?'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이 오가는 것을 종종 보곤 합니다. 대답하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답이 나오고 그에 맞춰 진지한 토론이 이루어집니다. 꼭 필요한 소통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평생 사는 것이겠지요. 그걸 통해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하고요.
문제는 이게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건, 잘 하는 일을 하건, 먹고 살 방법은 마련해야 합니다. 이게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김제동님이 '나는 남자다'라는 프로에서 즉문즉답을 하면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물론 중요한데, 호구지책은 있어야 한다고. 이를 위해 싫어도 잘 하는 일은 해야 한다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려면, 일단 잘 하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여러분에게 사소한 부분을 지적하는 의견 한마디, 즉, '여성이 픽션을 쓰고자 한다면 돈과 자신만의 방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전하는 것 뿐 입니다.
작가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품은 지가 몇 년 되었습니다. 나름 책도 열심히 읽고 글도 많이 써보고 했습니다만 진도가 지지부진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은 '이럴 바에야 직장을 그만 두고, 간절함과 절박함을 무기 삼아글을 열심히 써서 전업 작가로서의 길을 가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것 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 한다고 일축할 것이지만 저를 포함해서 프로작가, 즉 글밥을 먹고 살고자 하는 소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사실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생각 중 하나 일 것 입니다.직장 생활이나 생업에 종사하면서 글을 꾸준히 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고,성과를 내는 일은 더 어려운 일이기에 어찌 보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생각입니다. 집중해서 간절히 쓰면 글밥 먹고 살 수 있겠지, 또는 내가 글을 잘 못쓰고 책을 못내는 이유는 간절함과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야라는 그럴듯한 이유도 나름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건 굉장히 위험한 생각입니다. 간절함과 헝그리 정신이 충만한 글이 잘 팔리는 것이 아니라 잘 쓴, 대중성 또는 전문성 있는 글이 잘 팔립니다. 헝그리 정신이 충만하고 간절했으나 엄청난 시련을 겪었던 작가(지망생)의 삶이 어땠는지 알고 싶으면 크누트 함순(1859년 8월 4일 ~ 1952년 2월 19일)의 '굶주림'을 읽어 보면 됩니다. 반대로 영국 작가인 앤서니 트롤럽(1815년 4월 24일 ~ 1882년 12월 6일)은 본업이 우체국 직원이었고 퇴근 후 집에 와서 소설을 썼습니다. 생계를 위한 업이 있었고 소설은 그 업을 마치고 남는 시간에 썼습니다. (그는 하루에 무슨 일이 있어도 7장은 쓰는 걸로 유명했습니다. 한 작품이 끝났는데 7장을 못 채웠으면 다음 작품의 제목을 써서라도 남은 장수를 채웠을 정도라고 합니다)
크누트 함순, 앤서니 트롤럽
버지니아 울프도 마찬가지입니다. 작가로서 그녀가 성공할 수 있었던 큰 이유 중 하나가 안정적인 수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숙모가 500파운드를 유산으로 남겨서 기본적인 생활은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되었기에 '자신만의 방'에서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울프는 여성이 작가가 되려면 돈과 자신만의 방을 가져야 한다고, 개인의 경험에 비추어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작가에게만 적용되는 얘기는 아닙니다.
자본주의자가 되기 위한 첫 걸음은, 안정적인 일상을 꾸릴 수 있는 일정한 수입을 확보하는 것 입니다. 즉, 노동소득에 기반한 먹고사니즘의 해결과 절약 및 저축 없이, 단계를 건너뛰어 자본가가 되는 것은 금수저가 아니면 구조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해서대박을 내고 자본가가 되는 것 또한 거의 불가능합니다. 엘런 머스크도 페이팔로 대박내고 그 다음부터 본인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벌리지 않았던가요? 이런 예는 무수히 많습니다.잘 하는 일로 돈 벌고, 자본가가 된 후에 본인이 정말 좋아하는,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것 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잘하는 일을 먼저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