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헤르만 헤세, 돌베개
헤르만 헤세는 누구나 다 인정하는, 독일의 대문호입니다. 그의 작품은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많은 독자들에게 영감과 휴식, 그리고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크눌프, 데미안, 싯다르타, 유리알 유희 등 말 그대로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고, 1946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절제된 언어, 문장으로 감정을 섬세하게 다루고 표현하는 능력도 발군이고,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작품들을 썼습니다.
사업에 바치는 시간과 마찬가지로 독서에 들이는 시간에 대해서도
모종의 이득을 기대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 독서에 대하여 1
그의 독서와 책에 대한 에세이를 우연히 읽었습니다. 헤세의 독서 및 책에 대한 생각을 말 그대로 적나라하게 알 수 있는, 충격적이면서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특히 가장 인상적인 단어는 '이득'이었습니다. 책을 읽을 때 이득을 생각해야 한다니,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접근이었기에 그 충격은 컸습니다. 이 한 문장이 저의 독서관과 독서에 임하는 태도를 바꿔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문장을 읽다 떠올린 단어가 '자본주의'였습니다. 자본주의는 누가 뭐래도 이득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니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독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며,
왜 책을 읽는지조차 정확히 모른다.
- 독서에 대하여 1
헤세의 이런 태도의 이면에는 독서와 독서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대한 안타까움이 깊이 깔려 있습니다. 책을 읽기는 하는데, 독서가 무엇인지, 독서를 왜 하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돈과 시간을 들여가면서 책을 읽는데 아무런 목적의식 없이 읽는 것에 대한 깊은 안타까움 말입니다. 유독 책을 읽는데 들이는 돈과 시간에 대해서만큼은 낭비나 비효율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고, 읽었다는 그 자체만으로 정신 승리하고 있는 대부분의 독서가들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것입니다.
다만 책에 대해서만큼은 유독 뚜렷한 자기주장이 없이 수동적이고 어영부영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 독서에 대하여 1
책이란 무책임한 인간을 더 무책임하게 만들려고 있는 것이 아니며, 삶에 무능한
사람에게 대리만족으로서의 허위의 삶을 헐값에 제공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와 정반대로 책은 오직 삶으로 이끌어주고
삶에 이바지하고 소용이 될 때에만 가치가 있다. 그러므로 독자들에게 불꽃같은
에너지와 젊음을 맛보게 해주지 못하고 신선한 활력의 입김을 불어넣어주지
못한다면, 독서에 바친 시간은 전부 허탕이다.
- 독서에 대하여 1
책을 읽을 때, 본인만의 관점과 주관을 가지고 읽어야 한다고, 헤세는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를 합니다. 작가가 쓴 글을 무비판적으로 그냥 받아들이는 등 아무 생각 없이 읽는 것에 대해서 통렬히 비판하는 것입니다. 책은 대리만족을 느끼기 위해서, 정신 승리하기 위해서, 지적 우월감 및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읽는 것이 아닙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무언가 이득을 얻기 위해서 읽는 것입니다. 작가들은 책을 쓰기 위해 읽고, 월급쟁이들은 자기 계발을 위해 읽고, 사업가들은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읽는 것입니다. 이때 어떤 책과 글을 읽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목적이 확실하고 얻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며,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읽으면 소설과 시를 읽으면서도 자기 계발을 할 수 있고, 철학 서적을 읽으며 경영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으며, 신문 사회면을 읽으면서도 감수성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신문이나 다른 온갖 잡다한 글을 매일 읽더라도 온전히 집중된 상태로 즐겁게 독서할 수 있다'는 헤세의 얘기를 이렇게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즉, 목적이 확실하고 얻고자 하는 것이 분명하면 효율적으로 보람 있게 책과 글을 읽을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자신과 자신의 일상을 잊고자 책을 읽어서도 안 된다. 이와는 반대로 더 의식적으로, 더 성숙하게 우리의 삶을 단단히 부여잡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
- 독서에 대하여 1
독서와 책은 도피처가 아닙니다. 일상을 살아갈 에너지를 충전하고 결전의 의지를 다지기 위한 도구입니다. 책을 한 권, 글을 한 편 읽는다는 것은 탄창에 총알을 하나하나 채우는 행위와 비슷합니다. 전쟁터에 나가서 싸울 무기와 실탄을 준비하는 행위입니다. 삶을 단단히 부여잡기 위해서 책을 읽어야 합니다. 그래서, 독서는 힘들어야 하고 일정 부분 고통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