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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창고 Dec 20. 2020

책이라는 하나의 상품

『책의 탄생』, 뤼시앵 페브르 외 1, 돌베개

   『책의 탄생』은 뤼시엥 페브르(1878년 7월 22일 ∼ 1956년 9월 11일)와 앙리 장 마르탱(1924년 1월 16일 ~ 2007년 1월 13일)이 '책의 역사'에 대해 서술한 책입니다. 뤼시엥 페브르는 마르크 블로크와 함께 그 유명한 '아날'학파를 창시한 뛰어난 역사학자입니다. (아날학파는 역사학계에 큰 족적을 남긴 어마 무시한 학파입니다만, '정치 경제 중심의 거시사에 치중하던 역사연구를 사회사와 문화사까지 아우르는 미시사와 일상사로 확장시켰다' 정도로 소개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앙리 장 마르탱은 페브르의 제자로 주로 책과 출판의 역사를 연구한 사서 출신의 문헌사 및 서지학 교수입니다.


뤼시엥 페브르(1878년 7월 22일 ∼ 1956년 9월 11일)와 앙리 장 마르탱(1924년 1월 16일 ~ 2007년 1월 13일)




   이 책은 목차부터가 독특합니다. 책에 관한 책인데, 콘텐츠나 당시의 출판업계의 유행 등에 대한 내용은 거들뿐입니다. 말 그대로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제품으로서 책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책과 출판산업에 대한 역사서인지라 제품으로서의 책과 산업으로서의 출판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입니다. 책의 원료와 기술에 대한 얘기로 시작하여 판매까지 이어지는, 책 산업 value chain 전반을 다루고 있는 것이지요.


이 책의 목차입니다. 상당히 독특합니다.




애초부터 인쇄술 또한 다른 산업과 동일한 시장의 법칙을 따르는 산업이었고, 책도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만드는 하나의 상품에 해당했다

어쨌든 1차적인 목적은 책의 생산을 통한 생계유지였다

도서시장 또한 다른 모든 시장과 똑같은 원리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두 가지 감정은 첫째, 굉장히 지루하다 였습니다. 솔직히 다시 읽고 싶은 책은 아닙니다. 지루하기로 따지면 몇 손가락 안에 들 그런 책입니다. 두 번째, 책을 제품으로 다루다니, 참신하다 였습니다. 책에 대한 편견 및 환상을 버리고 그 본질 중 하나를 보게 해 준 책이었고 그래서 지루했지만 기억에 남았습니다.


   책도 결국 제품이고 누군가에게 팔아야 하는 상품이요 물건입니다. 그래서 시장이 존재하고 시장의 법칙을 따라야 하는, 다른 재화들과 동일한 속성을 지닌(예를 들면, 수요와 공급 법칙을 따르는 것 말이지요) 물건인 것입니다. 그래서 소비자가 필요했고 제조하는 사람이 필요했으며 유통시킬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왜 자꾸 제조라는 표현을 쓰냐면 책을 찍어내는 출판업은 그 업의 형태가 제조업입니다, 서비스업이 아니라. 원료와 기계가 필요한 그 제조업 말입니다) 


   당연히 책에 연관된 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의 제1의 목적은 '생계유지'였습니다. 결국 먹고살려고 책을 만들고 유통시키고 팔았던 것이지요. 이들은 책을 쓰는 작가들보다 더 절실한 원초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만들어, 팔아서, 생계를 유지한다 말입니다.


   도서 또한 재화이다 보니 당연히 이것이 거래되는 시장이 있었고 이 시장 또한 다른 재화가 거래되는 시장과 동일한 원리로 움직였습니다. 원료 가격에 민감하며 유통이 중요한, 그런 평범한 원리 말입니다. 시장이 고도화되면서 자금조달 및 운용이 갈수록 중요하게 되었고요.




인쇄에 들어가는 비용 가운데, 특히 종이를 비롯한 원자재가 차지하는 부분과 인건비가 차지하는 부분은 어느 정도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저자들은 15세기 이후 최대한 많은 문헌들을 확인하여 몇 가지 결론을 도출합니다. 하나는 인쇄기 등 기계 자체는 그리 고가가 아니어서 투자비에 큰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니었으며 인건비도 그리 큰 부담은 아니었다는 것, 둘째는 종이값이 비싸서 원료비가 부담이 되었다는 것 등입니다. 일단, 역사학자들이 이런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갔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자본주의적인 관점에서 책이라는 제품은, 설명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가성비를 따지기도 뭐하고 정서적인 만족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효용을 시각화 및 수치화시키기도 어렵습니다. 책이라는 것이 유형의 가치도 의미가 있습니다만 (예를 들어, 디자인이 예뻐서 모으는 책 등 외형에 끌려서 책을 사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진열용으로 시리즈물이나 특정 출판사 책을 집중적으로 구입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독자들이 궁극적으로 더 가치를 두는 것은 무형의, 지적인 만족감일 것입니다. 즉 이 책으로부터 무엇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 것인가에 더 가중치를 두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건으로서의 책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단순하면서 근원적인 질문입니다. '나는 이 책에 들인 돈과 시간을, 이 책을 통해서 그 이상 뽑아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수시로 던져서 최소한 내 인건비는 뽑고 있나를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최소한 이 책이 차지하는 공간만큼, 이 책에 투자한 돈과 시간만큼 나의 지적 영역이 확장되고 생각이 깊어졌나 생각해보는 시간을 잠깐이라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출판산업이 고도로 발전하고 자본주의 원리를 더욱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치열한 경쟁을 이겨낸 좋은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써놓고 보니, 좀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네요. 차츰 수정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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