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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창고 Dec 20. 2020

군신 관계란 계산을 가지고 결합되는 것이다

『한비자 Ⅰ, Ⅱ』, 한비, 한길사

   『한비자』는 중국 전국 시대 사상가인 한비(B.C 280년 ~ B.C 233년)의 저술입니다. 한비는 법가사상을 집대성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한나라때 사마천이 저술한 '사기 열전'에 한비의 삶에 대한 흔적이 있기는 한데, 그리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그마저도 사마천은 '노자한비열전'으로 노자와 한비를 묶어서 열전을 기록했는데, 그 이유는 한비자 이론의 상당 부분이 노자의 이론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비는 '한비자'에 '해로(解老)'라는 노자 사상에 대한 주석서를 남겼습니다)


   '한비'는 전국시대 약소국이었던 한(韓) 나라의 공자로 태어났지만 말더듬이였습니다. 조국인 한나라의 부국강병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중, 진시황이 한나라를 침범하려고 하자, 한나라 왕은 그를 진나라에 사신으로 파견합니다(B.C 234년경). 당시 진나라는 과거 '상앙'의 변법을 기반으로 국력이 매우 강력해져서 전국 통일을 이루려 각국과 전쟁을 벌이는 중이었고 당대의 인재들이 이를 뒷받침을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당시 재상이었던 '이사'는 '한비'와 동문수학한 사이였는데 능력이 출중했던 '한비'가 진시황의 눈에 들어 자신의 자리를 밀어내게 될까 두려워 진시황을 설득하여 '한비'를 옥에 가두었고 끝내 독살하고야 맙니다. 당시 진시황은 '한비'의 글을 읽고 '이런 사람을 수하에 두고 쓸 수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라고 할 정도로 관심을 보였지만 당시 정치적인 상황이 그렇지 못했던 것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 한 원인입니다.


한비(B.C 280년 ~ B.C 233년)와 한길사판 '한비자'입니다


   배경 설명이 너무 길었습니다. 여기서 본론으로 들어가서 - 책을 마음대로 읽고 해석 및 실생활에 적용하는 사람인지라 - '한비자'를 맘대로 정의하면, '머슴살이를 하는 모든 사람들과 머슴을 부리는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읽고 숙지해야 할 필드 매뉴얼이다'라고 하겠습니다.




군주는 계산을 가지고 신하를 기르고 신하 역시 계산을 가지고 군주를 섬긴다. 군·신 서로가 계산하는 사이다
- 식사(籂邪)

군신 관계란 계산을 가지고 결합되는 것이다
- 식사(籂邪)

군주와 신하 사이는 부자간의 친근한 관계가 아니라 이해를 타산하여 나온 것이다
- 난 일(難 一)

남의 신하가 된 심정은 반드시 그 군주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익을 귀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 이병(二柄)

자신은 손해를 보면서 국가에 이익이 되는 일을 신하는 하지 않으며 국가에 손실을 끼치면서 신하에게 이득이 되는 일을 군주는 행하지 않는다
- 식사(籂邪)


   현대 조직 사회, 특히 기업 조직 내 관계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해관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상사와 부하, 오너와 직원, 사장과 직원과의 관계 등 상하관계가 극명하게 그렇습니다. 상호 간에 계산이 맞으니 그 사람을 쓰고 그 사람 밑에 있는 것입니다. 그 옛날 중국 춘추전국(春秋戰國) 시대부터 현재까지 이 사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해관계의 근간에 있는 것이 조직의 형태에 따라 권력이냐 돈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여러 가지 인간에 대한 정의가 있습니다.('호모 ~~~'하는 것들 많지 않습니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정의는, 제 후배가 한 얘기를 빌려온 것입니다만, '호모 인센티브', 즉 인센티브의 인간입니다. 인간은 인센티브에 의해 움직이는 동물이라는 것이지요. 인센티브는 기본적으로 이해관계에 기반합니다. 인센티브를 주는 사람도 무언가 있으니 주는 거고, 받는 사람은 당연히 인센티브가 있으니 움직이는 것이지요.


   '군주와 신하 사이는 이해를 타산하여 나온 것이다'는 '고용주와 피고용주 사이는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성립되고 유지된다'라는 현대 언어로 바꾸어도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회사에서 부하 직원들이 충성하는, 아니 충성하는 척이라도 하는 것은 상사, 사장님, 오너님을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나에게 급여를 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며 나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즘에 조직 생활을 할 때, 서로 충성심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조금 더 건조하게 얘기하면 신뢰관계, 서로 믿고 가는 사이라는 등의 얘기는 갈수록 하지 않습니다. 이게 언젠가 거짓말이 될 가능성이 많거든요, 본의와 무관하게.


   고용주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이 인간이 내 앞에서 쓸개라도 빼줄 것처럼 웃고 예, 예하고 있지만 언제 돌변해서, 조금 섬뜩한 표현으로, 등에 칼을 꽂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이해관계가 안 맞으면 언제든 그럴 수 있는 것이 '계산'을 기반으로 한 관계의 속성입니다. 냉엄하지요. 그래서, 탁월한 경영자 들일수록, 이 부분을 철저히 관리합니다. 절대 사람을 믿지 않고 또 의심하지도 않습니다. 믿는다, 의심한다라는 형용사가 애당초 별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니가(당신이) 그럴 줄 몰랐다'가 경영자가 할 수 있는 가장 무책임한 말 중의 하나이며, 피고용자가 할 수 있는 가장 바보 같은 말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고용주들은 절대로 부하 직원들의 이해를 과하게 채워주지 않습니다. 딱 먹고 살만큼만 줍니다. 너무 과하게 주면 오히려 사고 치기가 쉽거든요. 그리고 너무 많은 것을 공유하지 않습니다. 이해 기반 관계에서 필요 이상으로 믿는 것만큼 위험한 일이 없습니다.  


명작 『타짜』'원 아이드 잭'의 한 장면입니다




   소득에는 크게 2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노동소득'과 '자본소득'. 내가 직접 움직여 버는 소득과(노동소득) 생산수단이(자본) 움직여 생기는 소득. 자본주의자로서 자본의 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만, 노동소득의 중요성과 힘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입니다. (저도 월급쟁이로 돈 모아서 집을 샀고, 더 나아가 자본가가 되려고 발버둥 치고 있거든요) 쉽게 생각하면 이렇습니다. 내가 연봉이 5,000만 원이다면, 보수적으로 금리를 1%로 잡는다고 해도, 금융자산 50억을 보유해서 이자 받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여담으로, 금융자산 등 자본(생산수단)을 보유하면 시간이 남아돌고 골치 아플 일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공부를 좀 더하셔야 합니다. 수성(守城 : 재산을 유지함)과 화식(貨殖 : 재산을 불림)이 얼마나 어려운 지, 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이렇게 중요한 노동소득을 가능한 오랜 기간 확보하고 싶다면, 조직의 생리, 우리 사장님이 어떤 마인드로 직원들을 보는지, 우리 오너님이 어떤 인간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야 스트레스 덜 받고 오래갈 수 있습니다. 조금 냉정한 얘깁니다만, 조직에서 피고용인들은 절대 약자입니다. 그러려면, 최소한 뒤통수는 안 맞게 '지피(知彼)'해야 합니다. 그래야 최소한 승률 50%는 가지고 가거든요.


   이런 관점에서 '한비자'는 훌륭한 교과서요 지침서가 되어 줍니다. '성악설'에 기반한 인간관에서 출발하여 조직 내 인간관계를 꿰뚫어 보는 혜안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그런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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