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창고 Dec 16. 2020

독점의 발생에 대하여

『정치학』, 아리스토텔레스, 숨/『허생전』, 박지원, 푸른생각

   『정치학』은 아리스토텔레스(B.C 384년 ~ 322년)가 저술한 '고전'입니다. 제목이 '정치학'이긴 합니다만,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교육, 가족제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당대의 이론들과 저자 본인의 생각을 소개 및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문학, 과학, 철학 등 현대 학문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만 특히 철학, 그중 정치철학에 끼친 영향은 대단한데요, 서양 정치철학을 공부하면서 이 '정치학'을 모른다거나 읽지 않았다면 그 지적 깊이를 한 번쯤 의심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이 책은 시대를 무론하고 정치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책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B.C 384년 ~ 322년), 플라톤의 제자였으며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이었습니다.


   『허생전』은 '열하일기'로도 유명한 연암 박지원(1737년 3월 5일 ~ 1805년 12월 10일)의 한문 소설입니다. 박지원은 아리스토텔레스보다 거의 2,000년 후의 사람입니다. 당대의 실학자였으며 재기 발랄한 풍자 소설을 많이, 그것도 한문으로 남긴 문인이자 관료이기도 했습니다.

  


박지원(1737년 3월 5일 ~ 1805년 12월 10), 실학자요 소설가입니다.




인간은 그들의 욕망이 무한하듯, 그 욕망을 충족시킬 수단도 무한하기를 원한다

무엇인가를 자기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쾌감을 안겨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잘 알았습니다. 첫 번째 본성은 욕망이 무한하며, 그것을 충족시킬 수단을 무한정 원한다는 것. 그래서 권력을 쥔 사람은 더 큰 권력을 보다 더 오래 유지하길 원하고, 큰돈을 번 사람은 자기가 아직 가지지 못한 더 큰돈을 원합니다. 둘째, 인간은 자기 것을 가지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이 본성이 충족되는 쾌감을 느끼고 싶어 하고 갈망합니다. 사실, 이 두 가지 욕망 때문에 세상이 돌아가고, 갈등이 생기고 새로운 것이 나오고, 낡은 것이 사라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밀레토스의 탈레스의 일화도 그중 하나다. 그것은 재산 모으는 계책에 관한 일화인데, 그가 지혜롭기로 이름이 나서 그가 생각해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원칙은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다. 그러자 천문학에 밝던 그는 이듬해에 올리브 농사가 대풍이 들 것을 예견하고, 아직 겨울인데도 갖고 있던 얼마 안 되는 돈을 보증금으로 걸고 키오스와 밀레토스에 있는 올리브유 짜는 모든 기구들을 더 높은 임차료를 제시하는 사람이 없어 싼값에 임차했다고 한다. 그 뒤 올리브 수확 철이 되어 올리브유 짜는 기구들이 갑자기 한꺼번에 많이 필요하게 되자 그는 임차해둔 기구들을 자신이 원하는 값에 임대하여 큰돈을 벌었다고 한다.

   

   여기서, 돈 버는 얘기가 나옵니다. 돈을 무한정, 남들이 생각도 못하게 많이 벌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마 '독점'일 것입니다. 쉽게 말해, '나만 가지고 있는 것을 내가 원하는 가격에 판다', 이게 독점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돈을 긁어모을 수밖에 없지요. 특히 사업하는 사람들은, 늘 독점을 꿈꿉니다. 경쟁자 없는 분야에서 혼자만 돈 번다, 환상적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게 어제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여기서 탈레스의 일화를 예로 듭니다. (탈레스는 B.C 7 ~ 6세기에 걸쳐 살았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를 철학자의 아버지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최초의 수학자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가 한 번 마음먹고 돈벌이에 나서 큰돈을 번 적이 있는데 그게 바로 '독점'을 이용해서 한 것이었습니다. 천문학에도 밝았던 그는 별의 움직임을 보고, 올리브 농사가 다음 해에 풍년이 들 것을 예견하고(말 그대로, 미리 본 것이지요) 겨울에 올리브유 짜는 기계를 몽땅 임차했다가 올리브 수확철에 비싼 값에 임대해서 이익을 남긴 것입니다. 


   거듭 드리는 말씀이지만, 독점은 모든 사업하는 사람들의 꿈입니다. 이것만큼 확실한 이익을 보장해주는 방법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혼자 다 해 먹는 것이니까요. 자본가라면 더더욱 이걸 꿈꾸겠지요. 물론 전 사회적으로 비효율이 클 것이고 부작용이 많을 것입니다만,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조금 더 확장하면, 현금을 만들어내는 수단인 자본을 독점한다, 꿈같은 얘기입니다.




   이제, 약 2,000년 후로 와서, 조선 시대, 우리의 '허생'을 만날 차례입니다. 박지원의 '허생전'은 원래 당대 양반 사회를 풍자하고 비판하기 위해 쓴 소설입니다. 그를 위해 조선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취약한 부분이 많고 어이없이 약한 나라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자 '허생전' 이외에도 많은 소설을 남겼습니다. 주인공 허생은 그 비판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고요. 


   그는 10년 글공부를 결심했지만 아내의 불평에 못 이겨 7년 만에 자리를 박차고 돈을 벌러 세상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자본금을 융통한 다음, 나름 획기적인 방법으로 장사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게 고전적이면서도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만냥 투자해서 열배를 남기거든요.


안성은 경기와 호남의 갈림길이고 삼남(충청, 경상, 전라의 총칭)의 길목이렷다

그는 시장에 나가서 대추, 밤, 배, 석류, 귤, 유자 등의 과일이란 과일은 모조리 사들였다

이렇게 되자 오래지 않아서 나라 안의 과일이란 과일은 모두 바닥이 났다. 허생이 과일을 몽땅 쓸어갔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과일 장수들이 허생에게 달려와서 과일을 얻을 형편이 되었고, 저장했던 과일들은 열 배 이상으로 값이 올랐다


   허생 나리는 지리에 밝은 분입니다. 그래서 탈레스가 천문학을 이용하듯, 안성에 가서 그 지역의 지리적 이점을 십분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오늘날로 따지면 유통의 중심지, 서울을 오가는 길목에 자리 잡고 독점 사업자의 위치를 스스로 만든 것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신박한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에서 장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과(안성은 지리적 요충지이다) 방법(독점)을 활용해서 말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는 큰돈을 벌게 됩니다. 독점의 위력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언제 어디서나 강력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직접 만들고 큰 이익을 본 허생은 이렇게 한탄하지요. "허어, 겨우 만 냥으로 이 나라를 기울게 할 수 있다니, 나라의 형편을 알 만하구나!"


   허생이 정치학을, 탈레스의 사례를 알았을 리 만무합니다. 그냥 독점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돈 버는 방법일 뿐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려고 노력합니다. 그 가장 좋은 예가 '창의성'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저도 자식 키웁니다만, 제 아이가 '창의적인'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왜 창의적이길 원하는 걸까요?


   창의성을 가진다는 것은 남들에겐 없는 그 무언가를 가지는 것입니다. 이것을 가지면, 다만 얼마 동안만이라도 그 분야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게 창의성을 강조하는 자본주의 관점의 핵심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기업들이 끊임없이 창의성과 인재, 그리고 창의적인 인재를 강조하고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들이 다만 얼마 동안이라도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생각보다 '독점'은, 독점을 추구하는 자세는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교육, 조직 생활 등 다방면에서요. 그 근간에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커다란 부인할 수 없는 욕구가 있는 것이고요. 그래서 자본주의가 돌아가고 경제가 돌아가는 겁니다.

이전 11화 산업의 원흉인 만족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