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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창고 Jan 01. 2021

세상의 수많은 마약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마틴 스코세지 감독(2014년)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2014년에 개봉한 마틴 스코세지 감독의 작품입니다. 조던 벨포트라는 실존 인물이 쓴 동명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인데, 그는 Stratton Oakmont라는 주식 중개 회사를 설립하여 주식 중개로 큰돈을 벌었습니다만 주가 조작 등 범죄 행위로 감옥까지 갔던, 한 마디로 돈에 미친 사람이었습니다.

 

   영화가 상당히 자극적이고 원초적입니다만, (19금인데, 그 수위가 정말 아찔합니다. 심지어, 저는 이 글 쓰느라고 한 번 더 봐서 3번째 봤습니다만 적응 안 되는 건 처음 볼 때와 마찬가지더군요;;) 그러한 장면 하나하나가 저급하거나 싸구려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돈에 미치면 저렇게까지 될 수도 있구나라는 깨달음(?)을 주는 장치로 활용되어,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작품입니다.


   스코세지 감독이 워낙 강렬한 스토리 전개를 하는 사람이고 배우 활용을 잘하는 감독인지라 그의 연출 에는 물론 이견이 없고, 출연한 배우들이 다 제 몫을 200% 해서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 및 연기를 보는 재미가 큰 영화이기도 합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조나 힐의 연기는 정말 후덜덜입니다)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배우들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역량과 뚝심이 스코세지 감독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원작인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07년)의 표지와 저자인 조던 벨포트(1962년 7월 9일 ~)입니다




세상의 수많은 마약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 이걸 말한 거지





   우리의 주인공 조던은 영화 속에서 본인이 마약과 창녀에 빠져 산다고 서슴지 않고 고백합니다. 그런데, 그가 이런 방탕한 삶을 사는 이유는,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마약인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그가 마약을 하고 창녀들과 어울리면서 긴장(?)을 풀고 몸과 마음의 텐션을 계속 극도로 높여서 유지하고자 하는 이유가 바로 돈, 보다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마약이 돈이고, 중독되면 가장 무서운 것이 돈이다라고 이 장면에서 선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약을 하고 창녀와 놀기 위해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더 많은 돈을 벌 컨디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텐션을 계속 최고조로 유지하기 위해서 마약을 하는 것이지요. 


   무협 소설을 보면 '주화입마(走火入魔)'라는 어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주화입마는 '마(魔)', 즉 나쁜 기운이 내 몸안에 들어와 나를 잠식하고 정상적인 사고 및 움직임을 못하게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주인공인 벨포트의 경우, 그것이 돈, 탐심이었던 것이지요. 돈이, 돈을 추구하는 욕망이, 몸도 마음도 뇌도 다 잡아먹어 버린 것입니다. 


   자본주의자들, 자본가들은 돈을 좋아하는 사람들 맞습니다. 돈 버는 행위를 좋아하고 돈 자체도 좋아하는 사람들입니다. 여기까지는 자연스럽습니다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요, 그 정도가 지나친 것입니다. 물론 우리 주인공도 돈을 많이 벌면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다고 지나가며 얘기합니다(영화에서 주인공은 교회와 정당에 후원하고, 심지어 멸종해가는 올빼미를 보존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던가요) 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액세서리일 뿐입니다.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그냥 곁다리로 하는 것일 뿐입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조그맣게 다른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지요. 돈을 버는 목적이 돈 그 자체, 더 많은 돈이 되는 순간 바로 '주화입마'되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주화입마'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상태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간단하게, 돈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번 돈을 버는 목적을 잘 설정하고 살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돈 자체가 목적이 되어 인생이 돈에 잡아 먹히는 일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4천9백만 달러 벌었는데 주당 1백만을 못 채워 꼭지 돌았었지



   4천9백만 달러면, 환율 1,000원으로만 계산해도 490억 원입니다. 그런데 주당 10억씩 1년에 520억 못 채웠다고 '꼭지가 돌았다'라고 얘기합니다. 절대 만족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마도,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돈을 전부 다 가져다줘도, 이 사람은 더 달라고 할 것입니다. 이동진 영화 평론가가 이 영화의 한줄평을 '돈이 원하는 것은 언제나 더 많은 돈'이라고 썼는데요, 100% 공감합니다. 언제나 더 많은 돈을 달라고 외칠 것이거든요. 그만큼, 돈에 중독되는 것이 무섭습니다. 이건 약도 없습니다, 망하는 것 외에는.




   돈에 중독된 인생이 어떻게 망가지는지 적나라하게 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건강한 자본가, 자본주의자가 되기 위해 피해야 될 단 한 가지가 있다면, 돈 자체를 인생의 목적으로 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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