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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창고 Dec 14. 2020

무엇 때문에 그토록 내 목숨을 노리고 있을까요?

『몬테 크리스토 백작』1~5권, 알렉상드르 뒤마, 민음사

   『몬테 크리스토 백작』, 두말할 나위 없는 걸작이고 재미와 교훈과 문학성을 고루 갖춘 흔하지 않은 작품입니다. 작가인 알렉상드르 뒤마(1802년 7월 24일 ~ 1870년 12월 5일)는 '삼총사', '철가면' 등 훌륭하고 재미있는 작품을 많이 남겼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이 '몬테 크리스토 백작'이 뒤마 작품 중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무고한 모함-억울한 옥살이-탈옥-(은혜갚음)-복수'라는 단순한 플롯을 가지고, 흥미진진한 캐릭터들을 전부 다 전력 질주하게 해서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모든 등장인물들이 끝을 보게 하는, 캐릭터를 다루는 데 있어서 뒤마는 마스터입니다. 말 그대로 모든 캐릭터들이 갈 데까지 가게 만듭니다.


알렉상드르 뒤마(1802년 7월 24일 ~ 1870년 12월 5일),  아버지가 백인과 흑인의 혼혈인 물라토였습니다.


   참고로 뒤마가 활동하던 시기는 프랑스 문학의 황금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그 유명한 오노레 드 발자크, 빅토르 위고, 그리고 알렉상드르 뒤마가 거의 같이 활동하면서 작품들을 쏟아내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거기다가 뒤마의 아들인 알렉상드르 뒤마 2세도 '춘희' 등을 발표한 당대의 작가였으니, 문학사적으로 19세기, 특히 프랑스의 19세기는 참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작품은 몇 번 읽었는데요, 이번에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교훈을 찾기 위해 다시 읽었는데, 정리가 쉽지가 않았습니다. 워낙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많은 대화가 오가는 지라, 잠깐 정신줄 놓으면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길을 잃기 십상이고, 문장도 길어서 말 그대로 요약이 안 됩니다. 하지만 굳이 작품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무고한 모함으로 옥살이를 한 주인공이 돈과 머리로 철저하게 복수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 뒤마는 돈 얘기를 가장 원초적으로, 적나라하게 잘 풀어가는 작가 중 하나일 것입니다. 조금 과장해서 얘기하면 문장마다 돈 얘기가 나오고 페이지마다 돈 얘기가 넘쳐 납니다. 돈으로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돈을 잘 이용하기도 하며,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기도 합니다.




「당신 하고 돈 문제를 얘기하고 싶지 않지만, 계모가 나를 미워하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거예요. 계모에게는 자기 재산이 없어요. 그런데 나는 친어머니한테서 받은 재산이 상당한 데다가 또 앞으로 생메랑 외조부한테서 받을 재산까지 합치면, 두 배 이상이 될 거예요. 계모는 그 재산이 탐나는 거지요」


「무엇 때문에 그토록 내 목숨을 노리고 있을까요?」
「뭐라구요? 그처럼 착하고 선량한 당신은 당신을 해치려는 재앙을 전혀 모르고 있단 말이오?」
「몰라요. 전 계모에게 한 번도 나쁘게 대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발랑틴 양, 당신은 부자요. 당신에겐 20만 프랑이란 연금이 있소. 그들은 20만 프랑의 연금을 새어머니의 아들에게서 당신이 빼앗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럼 에두아르, 그 애 때문에, 이런 범죄들이 일어난 건가요?」


좋은 어미는 자식을 두고 혼자 떠나지는 못합니다!


   발랑틴은 주인공 몬테 크리스토 백작의 원수 중 한 명인 빌포르 검사의 딸입니다. 빌포르 검사는 전 부인과 사별 후 재혼했는데 에두아르는 재혼한 부인과의 사이에서 은 아들입니다. 즉, 계모가 의붓딸의 재산을 탐내서 의붓딸을 죽이려고 하는 겁니다(독살하려고 치밀하게 계획하고 실행합니다). 본인이 재산이 없었고, 시아버지조차도 손녀만 사랑하지 손자에게는 유산을 물려줄 의사가 1도 없는 것을 불안해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이 계모가 얼마나 치밀하냐면, 의붓딸의 외조부모가 죽어야 의붓딸이 유산을 물려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늙은 귀족 부부인 의붓딸의 외조부모도 독살합니다. 그뿐 아니라 시아버지도 독살하려고 하다가 시아버지의 오래된 충직한 하인을 실수로 독살합니다. 한마디로, 자기 아들 돈 걱정 없이 살게 만들려고 장애물(?)들을 전부 다 죽이는 겁니다.


   결국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남편에게 이 모든 사실이 발각되어 희망이 없어진 빌포르 부인은, 아들과 함께 독약을 먹고 자살합니다. 아들과 함께 자살한 이유가 '좋은 어미는 자식을 두고 혼자 떠나지는 못하기 때문'이랍니다. 남편인 빌포르 검사가 당신은 사형이라고 구형을 했기에, 모든 희망이 사라진 것이지요. 그릇된 자식 사랑과 돈에 대한 욕심이 결합되어 일어난, 이 작품 속 최고의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빌포르 검사가 주인공인 몬테 크리스토 백작을 감옥에 넣고 그토록 오랜 기간 동안 고생하게 만든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이기에 최고로 처철하게 무너뜨리려고 작가가 이렇게 구성한 것 같기는 합니다만(빌포르 검사 자신은 나중에 미쳐 버립니다), 무섭고 소름 끼치는 결과입니다. 네, 돈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자업자득입니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빌포르였는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복수를 위해 덤벼든 몬테 크리스토 백작에게 당하고 마는 것이지요(빌포르 부인에게 독극물 관련 지식을 전수하는 사람이 바로 몬테 크리스토 백작입니다). 빌포르 젊은 시절 그를 알고 있던 프랑스 왕은 빌포르를 이렇게 평가합니다.


「빌포르는 야심이 대단하다고 아까도 말하지 않았나? 빌포르는 자기가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이든지 희생시킬 수가 있는 사람이야, 심지어는 자기 아버지라도」




「돈을 벌었을 때, 난 그중의 사분의 일을 당신한테 주었어. 그런데 이번엔, 내가 잃었으니 당신이 나한테 사분의 일을 주어야겠어. 70만 프랑의 사분의 일은 17만 5,000프랑이야」


「난 너를 위해서 그랬던 건 아니야, 사실 말이지, 그때 난 네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어. ... 나한텐 네가 꼭 그 신랑을 택해야만 할 이유가 있었단다. 그건 지금 내가 서두르고 있는 거래상의 계획 때문이었어. ... 그리고 너와 결혼하게 되면, 네게 300만 프랑이라는 돈을 가져오는 거야. 그래서 그 돈을 내 은행에 넣어두는 거지」


   이번 주인공은 몬테 크리스토 백작의 원수 중 한 명인 은행가 당글라르입니다. 이 사람 부인이 내각 대신 비서관 중 한 명과 그렇고 그런 관계를 맺으면서 알게 된 정보를 자기에게 넘겨주면 모르는 척하고 관련 주식에 투자해서 이익을 남기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제가 발생합니다. 잘못된 정보를 알려줘서 큰 손해를 보게 돈 것입니다. 우리의 당글라르씨, 절대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부인에게 손해 본 돈의 사분의 일을 내놓으라고 합니다. 논리가 단순 명쾌합니다. 당신이 알려준 정보로 번 돈의 사분의 일을 그동안 줬으니, 반대로 손해도 사분의 일을 책임지라는 것입니다. 네, 돈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부부 사이도 거래 관계, 비즈니스 관계로 바꿔 버립니다. 


   딸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딸의 결혼 상대자로 이탈리아 귀족 한 사람을 낙점하고 이를 통보하자, 이 딸도 보통이 아닌지라 아버지에게 거부 의사를 밝힙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딸에게 왜 그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하는지 설명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네가 그 사람과 결혼해야 그 사람이 큰돈을 나에게 맞길 거고, 그 거래가 성사돼야 파산을 면한다는 것입니다. 이 아버지에게 딸의 결혼은 돈을 벌기 위한, 돈을 지키기 위한 거래입니다. 


   이 사람도 마지막에는 가진 돈을 몬테 크리스토 백작에게 다 털려서 빈털터리가 됩니다. 가장 좋아했던 , 모든 것을 버리고 지키고자 했던 돈을 결국 다 빼앗기고 만 것입니다.




「과연 정말 손에 쥐고 싶은 부(富)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요? 그것은 우리가 손에 잡을 수 없는 것, 바로 그것입니다」


   여기서 탐욕과 진정한 자본가, 자본주의자가 되고자 하는 소망을 구분할 필요를 느낍니다. 손에 잡을 수 없는 것을 잡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는 것,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돈과 자본을 축적하는 진정한 나름의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돈 자체에 잡아 먹혀 '주화입마'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자본가, 자본주의자가 되려면 반드시 이런 '주화입마' 상태에 이르러야 하냐고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손에 잡을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잡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인 돈/자본 중독자들도 있지만, 왜 돈과 자본을 축적하는지 잘 알고 적절히 잘 활용하는 바람직한 자본가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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