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창고 Dec 28. 2020

삽 질 한 번에 10킬로그램

『과학적 관리법』, 프레드릭 테일러, 21세기북스

   『과학적 관리법』은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인 프레드릭 테일러(1856년 3월 20일 ~ 1915년 3월 21일)가 1911년에 발간한 책입니다. 저자인 테일러를 컨설턴트라고 소개하기는 했습니다만, 그는 제조업체에서 관리자로 일하기도 했으며, 제조 현장 및 인력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던 현장 엔지니어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과학적 관리법'은 훗날 '산업공학'의 이론적 토대가 됩니다.


   '과학적 관리법'은 '노동자를 관리자들이 과학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철학적 기반하에 만들어진 방법론입니다. 책 내용은 철강업체 등 제조 현장에서 실제로 저자가 했던 실험 및 개선활동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조금 지루할 수는 있습니다만, 현재 월급쟁이들이 봐도, 내가 이런 철학이 반영된 조직 운영 원리에 의해 관리되고 있구나라는 깨우침을 줄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한 번 읽어볼 만합니다.

 

프레드릭 윈즐로 테일러(1856년 3월 20일 ~ 1915년 3월 21일)와 한글판 책 표지입니다




일류 노동자가 삽질 한 번에 10킬로그램을 나를 때 하루에 가장 많은 일을 했다

순차적으로 불필요한 동작을 모두 없애고 느린 동작을 빠른 동작으로 대체했다

모든 노동자의 모든 동작에는 과학이 깔려 있다

모든 작업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불필요한 동작을 없애고, 느리고 비효율적인 동작을 빠른 동작으로 대체하면 시간이 엄청나게 절약된다. 또한 이는 곧 생산량 증가로 이어진다.

이 최고의 수단과 방법은 정확하고 정밀한 시간 동작 연구를 하고, 활용하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함으로써 발견하거나 개발할 수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한 문장을 고르라면, '일류 노동자가 삽질 한 번에 10킬로그램을 나를 때 하루에 가장 많은 일을 했다'를 선택하겠습니다. 저자가 철강 공장에서 A급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실험하여 얻은 결론이, 근로자가 한 번에 10킬로그램을 나를 수 있는 삽으로 일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며 생산성이 높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말은 쉬워 보이나, 이 결론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어렵고 저항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당시 근로자들은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내 급여가 오르거나 근무 시간이 단축되는 것은 아니니, 정해진 근무 시간에 최대한 천천히, 최소한으로 하는 태업(soldiering)이 본인들에게 가장 이익이라는 생각을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시도를 하는 것은 신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인내심과 뚝심으로 이걸 해냅니다.


   테일러는 근로자들의 근무 시간 중 동작과 업무 행태를 면밀하게 분석해서 불필요한 동작은 최대한 없애고, 느린 동작을 빠르게 하여 시간을 절약하는, 어찌 보면 단순하고 당연한 일을 합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그가 한 일은 이게 다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이 과정에서 시간 동작 연구를 수행했고 그 결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최적의 solution을 찾았습니다. 10킬로그램 용량의 삽을 도입하기까지의 과정이 이 모든 것을 응축하여 보여 줍니다. 이런 시도는 저항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생산성 측면에서 큰 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현대 기업들도 직원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집중하는 것 중 하나가 '삽질 한 번에 10킬로그램'이 되게 해 줄 '삽', 즉 업무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갖추는 일입니다. 이윤을, 보다 많은 이윤 확보를 위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최고로 끌어올려야 하는 기업 조직으로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조직 구성원 전체의 생산성을 전부 다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프로세스와 시스템의 도입은 어차피 불가능합니다만, 그래도 노력은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계속 증가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개선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직에 속해서 일하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조직이 제공하는 이 '삽'에 스스로를 적응시키면서 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은 선택권이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한 조직에 몸담은 이상 그 조직의 프로세스와 시스템에 순응하든지 아니면 떠나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조금 더 냉정하게 말하면, 개인은 조직이 제공해주는 '삽'에 스스로를 적응시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조직에서 성과를 내고 살아남기 어려워집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만, 머슴살이를 잘하기 위한 필수 조건은 적응력입니다. 이 10킬로그램 용량 삽이 나에게 맞는지 생각할 것이 아니라, 먼저 거기에 맞추려고 해야 합니다.


   현대 사회 조직 구성원으로 사는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갖춰야 할 필수 덕목 중 하나가 프로세스와 시스템에 대한 적응력입니다. 머슴살이를 하고 있는데, 주인이 제공해주는 업무 도구에 대해서 불평불만을 얘기하기 전에, 일단 적응을 하고 그다음에 개선을 시도해야 한다는 겁니다. 선 적응, 후 개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조직도 바보는 아닌지라, 자신의 프로세스와 시스템에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끊임없이 개선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니 개선할 기회, 내 의견을 반영할 기회,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고칠 수 있는 기회는, 전문용어로 '짬'이 차면 어느 순간 옵니다. 반대로, 일정 기간 해보니, 이 삽은 내 삽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면, 주저 말고 삽을 바꾸고 속할 조직을 바꿔야 합니다.




과학적 관리법(scientific management)은 고용주와 노동자 모두가 '최대 번영'을 이루는 데 기본 목적을 둔다


   이 책의 첫 문장입니다. 신박하지요, 고용주와 노동자 모두가 최대 번영을 이루는 게 '과학적 관리법'의 기본 목적이라고 합니다. 피터 드러커도 그의 저서 '프로페셔널의 조건'에서 '생산성 향상의 결과로 얻어지는 열매를 가장 많이 가지고 가는 것은 다름 아닌 노동자라는 그(테일러)의 생각은 죽을 때까지도 변함이 없었다'고 했습니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습니다.


   우선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이 그 당시 경영진 및 자본가들에게 먹혔던 이유는 이 방법을 사용했을 때 급여 및 제반 비용 증가분보다 더 많은 이익을 그들에게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과학적 관리법은 사장되었을 것입니다. 테일러의 의도는 노사 쌍방의 최대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었을지 모르나, 결과적으로 보면 자본가가 가져가는 몫이 훨씬 더 컸겠지요. 그래서 자본가와 경영진이 적극 수용을 한 것입니다. 과학적 관리법으로 인해 고용주가 최대 번영을 이룬 것은 맞으나, 노동자가 최대 번영을 이루었는지는 생각해볼 일입니다. 당연히 전체 늘어난 이익 중에서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자본가와 경영진이 챙겼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관리법을 수용한 많은 기업의 근로자들이 급여가 오르고, 근로 시간이 단축되는 효과를 봤으니 일정 부분 win-win이라고 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궁극적으로 고용주에게 훨씬 유리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관리자와 노동자들 간의 가깝고 친밀하고 개인적인 협력은 현대의 과학적 관리법 혹은 직무 관리법(Task Management)의 핵심을 이룬다

각 노동자가 솔선해서 고용주에게 가능한 한 최대 이익을 가져오도록 만드는 것

노사 양측은 자신들의 진정한 노력을 발휘하여 각자 최고 속도, 최고의 작업효율로 최고 수준의 노동을 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개발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아야 한다


   관리자와 노동자가 친하게 지내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고용주에게 최대 이익을 가져오기 위해서라고 테일러는 말합니다. 경영진/자본가가 피고용인들에게 원하는 것은 단순합니다. 최고 속도, 최고 효율로 최고 수준의 노동을 해서 최고의 생산성을 보여 달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에게 이익을 많이 가져다 달라는 것입니다. 


   전 직장에서 총 개발 비용만 10억 이상 들어간 시스템을 운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개발이 끝나고 사장님, CFO 등 몇몇 임원 및 관련 부서 팀장들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CFO가 그러더군요. 10억 들었으니 이 시스템으로 최소한 100억은 벌어야 한다고. 즉, 들어간 비용의 최소 10배는 뽑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직이 나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비용을 들여 삽을 만들어서 들려주는 이유는, 최소한 나에게 들어간 비용의 10배는 뽑겠다는 결심이 있어서 그렇게 하는 것 아닐까요? 조직 생활을 하는 동안은 경영진/자본가가 나에게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늘 생각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최소한 중간은 가는 것 같습니다.

이전 18화 r > g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