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나를 위한 균형 연습

by 이영미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Mens sana in corpore sano)’는 말을 우리는 익숙하게 들어왔다.

그 문장은 오래도록 삶의 기준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건강한 몸이 건강한 정신을 만드는 걸까? 아니면 건강한 정신이 건강한 몸을 이끄는 걸까?


요즘 우리는 참 열심히 건강을 관리하며 산다.

하루만 보 걷기, 체지방률 체크, 단백질 보충제, 저탄고지 식단, 고강도 근력운동까지.

SNS에 올라온 몸매 사진에 자극받아 운동을 시작하고,

몇 백 그램의 변화에 따라 하루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한다.

그런데 문득,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게 된다.

“나는 정말 내 몸을 아끼고 있는 걸까? 아니면 몰아붙이고 있는 건 아닐까?”


예쁜 몸을 만들어냈지만 거기엔 늘 강박이 따라붙는다.

허기를 참으며 견딘 날은 기분이 들뜨기도 하지만, 그 끝엔 어김없이 무기력과 피로가 밀려온다.

어느새 건강을 위해 시작한 일이, 오히려 나를 지치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잘 살고 있다’는 감각은 멀어지고, 몸은 단단해졌는데 마음은 점점 가벼워지기만 한다.


물론 몸을 돌보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안에 마음이 함께 깃들지 않는다면,

그 몸은 언젠가 감당하기 버거운 짐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럴 때면 어릴 적 기억 하나가 자주 떠오른다.

동생과 함께 놀이터에서 시소를 타던 장면이다.


나는 덩치가 큰 편이었고, 동생은 왜소했다.

우리가 마주 앉자마자, 나는 땅을 짚은 채 아래로 주저앉았고,

동생은 허공에 붕 뜬 채 두 발을 허우적거렸다.

그때의 시소는 어설펐고 삐걱거렸지만, 이상하게도 그 순간이 지금까지 선명하게 남아 있다.


우리는 함께 놀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야 했다.

나는 앉는 자리를 안쪽으로 옮기고, 몸을 뒤로 살짝 기울였다.

동생은 땅을 힘껏 차올라 공중에서 순간적으로 무게를 주려 애썼다.

조금씩 움직임을 조절하면서, 드디어 시소가 부드럽게 오르락내리락하기 시작했다.

햇살은 따갑고, 손잡이는 뜨거웠지만, 우리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소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었다.

그건 배려였고, 타협이었고, 서로를 향한 조율이었다.

몸의 무게만이 아니라, 마음의 무게까지 나눠 들어야 가능한 놀이였던 셈이다.


몸과 마음의 균형도 그 시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느 한쪽이 무거워질 때, 다른 쪽이 조금 더 힘을 내야 한다.

몸이 지치면 마음이 다독이고, 마음이 무너질 땐 몸이 지탱해 주는 식으로.

혹시 지금, 당신도 그런 순간을 지나고 있진 않은가요?

몸은 멀쩡한데 마음이 이유 없이 무거운 날.

혹은 아무 일 없었는데, 괜히 피곤하고 무기력한 날.

그럴 땐, 너무 애쓰지 말고 잠깐 시소에서 내려와도 괜찮다.

그건 멈춤이 아니라, 균형을 되찾는 한 방식일지도 모른다.


균형이란 결국, 어느 한쪽에 완벽히 맞추는 게 아니다.

기울어질 때마다 중심을 다시 잡아가는 반복.

삐걱거리기도 하고, 종종 멈춰 서기도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나를 건강하게 만든다.


내 안의 시소는 오늘도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어떤 날은 몸이 더 무겁고, 어떤 날은 마음이 더 무겁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한쪽이 내려앉을 땐, 다른 한쪽이 살짝 더 올라주면 된다는 것을.


완벽한 균형이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계속해나가는 균형의 연습.

그 안에서 나는 오늘도 조금씩,

무너지지 않고 흔들리며,

건강해지고 있는 중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흩날리는 꽃잎처럼, 나도 잠시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