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나는 서 있었다

by 이영미

우리는 가끔 뉴스를 통해 삶이 한순간에 꺼져버리는 장면을 본다.

얼마 전, 한 근로자가 기계 컨베이어 벨트에 상반신이 끼여 숨졌다.

그녀는 쉰을 넘긴 나이였고, 매일같이 출근하던 공장에서 평소처럼 윤활유를 뿌리던 중이었다.

그날, 그녀가 잠시 그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면. 그 순간, 그녀가 기계 앞에 서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 이야기는 전혀 다른 결말로 끝났을까.


삶은 언제나 그렇게, ‘만약’이라는 말로는 되돌릴 수 없는 곳에서 흘러간다.

그리고 우리는 매일, 작고 고요한 갈림길 앞에 선다.


아주 오래전, 나는 백열등을 혼자 갈다가 필라멘트 안이 문득 궁금해졌다.

무심코 손가락을 넣었다. 전기가 통하는 낯선 느낌이 퍼져왔다.

손은 재빨리 빠져나왔고, 다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을 나는 오래도록 잊지 못했다. 왜 그랬는지, 지금도 알지 못한다.

그저, 조용한 호기심 하나였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그런 순간을 수없이 지나왔다.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선택들이 삶을 비틀고, 때로는 구한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몸의 감각, 마음의 직관, 아주 작은 이상 기류까지도 듣는 귀를 지녀야 한다.

그것이 삶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어른이 되어서야 조금씩 알게 된다.


삶은 매 순간 낯설고, 매 순간이 다시 쓰여야 하는 이야기다.

우리는 모두, 그 안에 서 있다.

침묵과 빛 사이에, 위험과 호기심 사이에.


그래서 오늘, 나는 내게 조용히 묻는다.

익숙함이라는 이름으로, 나는 지금 어떤 위험과 함께 서 있는가.

그리고, 오늘 하루, 나는 나를 무사히 통과시킬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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