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

by 이영미

어릴 적부터 나는 사람들에게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얀 피부에 크고 또렷한 눈, 그리고 동글동글한 얼굴.

누구를 만나든 “똘똘하다”, “귀엽다”, “예쁘다”는 말을 듣곤 했다.

그 말들 덕분에 나는 내가 정말 예쁜 아이인 줄로만 알고 자랐다.


그 시절 나는 단 음식을 좋아했고, 고기와 햄이 없으면 밥도 잘 먹지 않을 정도로 편식이 심한 아이였다.

그런 식습관은 내 몸을 조금씩 통통하게 만들었고, 그런 나를 보고 사람들은 또 “귀엽다”라고 말해주었다.

어쩌면 나는 겉으로 보이는 귀여움과 예쁨에 안주하며, 점점 나 자신을 안심시켰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흘러도 나의 피부는 여전히 하얗고, 얼굴도 동그랗고 좋은 인상을 가졌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하지만 몸은 ‘통통’을 지나 점차 ‘뚱뚱’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살만 좀 더 빼면 정말 예쁜 얼굴인데”라며 아쉬워했고,

어떤 이들은 아직도 긁지 않은 복권이라며 장난처럼 놀리기도 했다.

젊은 시절에는 수많은 다이어트를 시도했다.

조금 날씬해졌다가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었다.

나의 몸은 늘 '날씬'과 '통통' 사이를 오가며, 그 과정에서 내 마음도 함께 요동쳤다.

나는 내가 가진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하얀 피부와 동그란 얼굴은 여전히 내 안에 있었지만,

그것을 더욱 아름답게 빛내줄 의지와 노력은 점점 나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나는 나 자신을 가꾸는 데 있어 게을렀고, 그 틈을 타 ‘살’이라는 존재가 서서히 나를 덮어가기 시작했다.

지금 돌아보면, 나는 내 외모의 장점에 안주하며 스스로를 가꾸는 일에 소홀했다.

그렇게 점점 무거워진 몸은 내 안의 자신감과 의지,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까지도 천천히 짓눌러 갔다.

나는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상태가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는 걸.

하지만 수많은 다이어트를 반복하며, 실패에 익숙해진 나를 마주할 때면

어느새 체념하듯 포기해버리곤 했다.


때로는 며칠씩 굶으며 체중을 줄이기도 했고,

운동을 시작했다가도 지쳐 중단한 날이 더 많았다.

매번 “이번엔 진짜야”라고 다짐했지만, 실패는 너무 익숙하고 반복되었다.

그 실패는 점점 내 의지를 약하게 만들었고, 나는 점점 나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쌓여버린 몸의 무게만큼이나, 내 마음도 무거워져 갔다.

하지만 이제는 그 시간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싶다.

어쩌면 이런 생각조차 또 다른 합리화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의 나는 안다.

비록 평생 꿈꿔왔던 완벽한 얼굴과 몸매를 갖지 못하더라도,

내가 나를 이해하려 애쓰고, 다시 일어서려는 마음을 잃지 않았다는 것.

그 노력은 느리고 서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나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스스로에게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주고 싶다.


50이 넘은 중년의 여자.

이제는 ‘예쁘다’는 말보다, 다시 도전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조용히, 그리고 따뜻하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잘하고 있어. 정말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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