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함께 쌓는 것

by 이영미

믿음(Belief, Faith)이란, 다른 사람의 동의와 관계없이 어떤 사람이나 가치를 진리처럼 받아들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심리 상태라고 한다.

그 정의를 처음 알았을 때, 나는 왜 믿음 때문에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동의와 관계없이.’


그래, 믿음은 결국 내 안에서 시작된 감정이었다.
나는 누군가를 믿었고, 그 믿음을 공유하고 있다고 ‘당연히’ 여겼다.

하지만 상대도 같은 믿음을 품었는지는 확인한 적이 없었다.


함께 일하던 동료와는 자주 웃고, 가볍게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였다.
웃음 코드가 맞았고, 가끔 팔짱을 끼거나 등을 두드리는 스킨십도 자연스러웠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느 날, 회식 자리에서도 평소처럼 행동했다.
가볍게 팔짱을 끼고 웃으며 등을 두드렸다.
나는 그게 우리의 익숙한 방식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다음 날, 그녀는 면담을 요청했고 눈물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 당신이 제 멱살을 잡고 끌고 갔잖아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분명 내 행동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내 기억은 달랐다.
나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믿었다.

당황한 나는 그녀가 불편했다면, 그 자체로 사과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진심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그녀는 가족에게 이 일을 알렸고, 법적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억울했다.
어떻게 이런 상황이 생긴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나는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믿었는데, 그 믿음은 너무 쉽게 오해로 무너졌다.

나는 사무실 CCTV를 확인했다.
그 영상 속 우리는, 팔짱을 끼고 웃으며 걸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멱살을 잡거나 강제로 끌고 간 장면은 없었다.


그제야 알았다.
기억도, 믿음도 때로는 다르게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다시 생각했다.
혹시 내가, 믿음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건 아니었을까?
‘우리 사이니까 괜찮겠지’ 하는 나의 기준만으로 관계를 판단한 건 아니었을까?

내겐 익숙한 친밀감이 그녀에겐 불쾌함이었을 수도 있다는 사실.


나는 조금 늦게 받아들였다.

믿음은 감정이지만, 관계 안에선 확인과 존중의 과정이 필요하다.
상대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묻고, 그 감정에 귀를 기울여야 비로소 믿음이 함께 만들어질 수 있다.


이번 일을 통해 나는 두 가지를 배웠다.

하나는, 믿음은 나 혼자 품는 감정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조심스러운 다짐이라는 것.
함께 쌓지 않으면 그 믿음은 오해로, 상처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억울함을 감정으로만 품지 말고 사실과 근거로 나를 지키는 것도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이라는 것.


이제 나는 더 천천히, 더 조심스럽게 사람들과의 거리를 조율하려 한다.
믿고 싶은 감정보다 상대가 느끼는 감정을 먼저 살필 것이다.

믿음이 상처가 아닌, 이해의 시작점이 되기 위해서.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냥, 나로만 있고 싶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