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는 몇 번의 심장 박동이 있다.
그 순간만큼은 숨이 조금 빨라지고, 세상이 투명하게 빛난다.
그때 나는,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낀다.
한 소녀였던 시절, 나의 첫사랑은 윤리 선생님이었다.
맑으면서도 깊이 있는 목소리, 칠판 위에 흐르던 단정한 글씨, 그리고 그때마다 반짝이던 분필 가루마저도 내 마음을 흔들었다.
그 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빛이 교실 안으로 모여드는 것 같았다.
수업 전, 나는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가지런히 빗고, 교복 치마의 주름을 곱게 펴곤 했다.
책상 앞에 바르게 앉아 선생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설레는 순간이었다.
윤리 과목만큼은 절대 만점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혹시 한 문제라도 틀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시험지를 펴는 순간까지 따라다녔다.
그러나 만점을 받아 선생님의 칭찬을 들을 때면, 그 찰나의 기쁨이 세상을 다 가진 듯했다.
돌이켜보면, 나의 첫사랑은 혼자만의 설렘과 혼자만의 두려움이 공존하던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말로 고백하지 않아도, 그 시절의 가슴 뛰는 떨림은 여전히 내 안에서 숨 쉬고 있다.
청춘의 한가운데, 또 다른 사랑이 내 삶에 들어왔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마다 발걸음이 가볍고, 마음은 늘 분주했다.
조금이라도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거울 앞에 서면,
언젠가 윤리 수업을 기다리던 소녀의 모습이 겹쳐 보이곤 했다.
때로는 그에게 다른 사랑이 찾아올까 두려운 날도 있었지만,
우리는 ‘부부’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지켜냈고,
‘자식’이라는 가장 큰 선물을 품으며 가슴 뛰는 하루들을 이어갔다.
이제, 인생의 후반부 문턱에 선 나는 글쓰기로 다시 설렌다.
글을 쓰면 나 자신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타인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새로운 문장을 만들 때는 가슴이 뛰고, 완성된 글을 읽을 때는 그 속에 드러난 나의 솔직한 얼굴이 보여 두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두려움과 설렘이야말로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첫사랑의 떨림, 성숙한 사랑의 깊이, 그리고 글쓰기가 주는 자유까지.
내 삶은 여전히 두근거리는 이야기로 채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