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차처럼 편안한 사람

by 이영미

1. 내가 되고 싶은 사람

누군가 옆에 앉았을 때, 공기가 한결 부드러워지고
긴장이 스르르 풀리는 순간이 있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목소리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지 않고,
표정에 날카로운 그림자가 없는 사람.


함께 있으면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리고,
시계의 초침 소리조차 잊게 되는 사람 말이다.


2. 불안했던 사회 초년생

사회 초년생 시절의 나는 그 반대에 가까웠다.

첫 직장에서 실수를 하면 온몸이 얼어붙었고, 보고서를 제출할 때마다 손끝이 떨렸다.


그때 내 상사는 아침마다 나를 단정히 마주 보며 말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됩시다.”


책상 위에는 늘 반듯하게 펼친 일지와 단정한 필기구.
그 옆엔 잘게 접힌 메모지가 놓여 있었다.


그는 업무 지시를 명확하게 했지만

그 말투에는 압박보다 안정감이 있었다.


무엇보다,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다.
서툰 설명이라도, 불필요하게 길어져도 중간에 끊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단 한 줄만 덧붙였다.


“그 말속에 네 의도가 다 담겨 있네. 잘했어요.”


그 한마디가 내 주눅 든 마음을 다시 세웠다.


3. 다짐의 시작

그 순간,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나도 이렇게 누군가의 마음을 살리는 어른이 되고 싶다.’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말 사이사이에 배려를 묻히며,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어른.


누구와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어떤 자리에서든, 어떤 주제로든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어른.


4. 질문의 힘

좋은 리더는 정답을 먼저 내놓지 않는다.
대신, 질문으로 생각의 문을 연다.


내 상사는 종종 이렇게 물었다.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뭐예요?”
“만약 내일 상황이 바뀐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 질문은 단순했지만 내 안에 숨은 생각을 꺼냈다.

그 순간 나는 ‘틀린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소크라테스가 제자들에게 본질을 찌르는 질문을 던져 스스로 답을 찾게 했듯,


그는 내게 ‘생각할 권리’를 주었다.

그리고 그 권리는 나를 성장시켰다.


5. 오늘의 연습

리더십은 지시와 설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때로는 질문 하나가 수십 마디 훈계보다 깊은 울림을 준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오가는 질문은 방어를 풀고, 서로를 이해하게 한다.
그 안에서 관계는 자라고, 신뢰는 뿌리를 내린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연습한다.


대화 중 말을 조금 덜 하고, 대신 눈을 더 맞춘다.

판단보다 공감을 먼저 꺼내고, 조언보다 “그럴 수 있지”라는 한마디를 먼저 건넨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묻는다.


“이 사람은 지금, 무엇을 필요로 할까?”


6. 한 잔의 차처럼

언젠가 누군가에게 나와 함께한 시간이 하루 끝의 따뜻한 차처럼 느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온기가 그들의 마음속에서 오래 식지 않기를.


그렇게, 나도 누군가의 삶에 편안함을 남기는 사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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