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나, 숨겨진 나

by 이영미

나는 늘 사람들 속에서 눈에 띄고 싶었다. 누군가의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 사람, 중심에 서는 사람.

요즘 아이돌로 비유하자면 무대 한가운데, ‘센터’가 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밝은 표정을 연습하고,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회의가 있는 날이면 전날 밤부터 옷과 구두를 골랐다.

다림질한 블라우스를 옷걸이에 걸어두고, 굽 높은 검은 구두를 꺼내놓는다.

그렇게 준비된 모습이 ‘괜찮은 나’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표정, 말투, 옷차림, 태도. 이 모든 겉모습이 결국 나를 설명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때로는 과하게 웃기도 하고, 모임에서는 먼저 나서려 애썼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실은 내 단점을 감추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나는 통통한 몸이 늘 신경 쓰였다.

그래서 눈에 띄지 않는 검은 옷을 입고, 작은 키를 가리기 위해 높은 구두를 신는다.

말을 조리 있게 잘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목소리에 힘을 주고, 간결하게 말하려 애쓰지만, 막상 대화를 시작하면 말이 길어진다. 그런 내 모습이 늘 아쉬워, 겉모습만큼은 단단해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사실은 날씬한 몸매, 차분한 말투, 당당한 태도를 가진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다이어트는 늘 작심삼일이었고, 쉽게 지치고 싫증도 잘 내는 성격은 늘 나를 실망시켰다.

그래서 나는 가끔씩 연극을 했다. 자신감 있는 사람처럼, 능숙한 사람처럼.

이렇게 말하면 혹시 자랑처럼 들릴까 걱정도 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건 진짜 나를 감추기 위한 방어막이었다.


사람들은 처음 나를 보면 “정말 활발하고 당당하신 분 같아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내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모습이다. 나는 여전히 내 부족함을 감추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고,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서 그 누구보다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조금씩 달라진 건, 어느 날 아이가 건넨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엄마, 왜 그렇게 불편한 구두 신고 억지로 웃는 것 같아? 그냥 엄마가 더 좋아.”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남았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나를 포장하려 했던 걸까.

그날 이후로 마음속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꼭 중심에 서지 않아도 된다는 걸, 조용히 제자리를 지키는 사람도 아름답다는 걸 알게 됐다.

일을 해내는 데 필요한 건 큰 목소리가 아니라 진심이고,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건 포장이 아니라 솔직함이라는 것도.

그래서 이젠 조금씩, 나 자신에게 말하려 한다.


‘오늘도 고생 많았어’, ‘이만하면 충분해’, ‘지금 모습도 괜찮아.’

완벽하지 않아도, 칭찬받지 않아도, 하루를 잘 버텨낸 나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제 나는 예전처럼 높은 구두를 신고 중심에 서려 하기보다는,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 속에서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


그렇게 천천히, 조금씩, 진짜 나로 살아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이 이야기를 읽고, “나도 그런 적 있어”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거면 이 글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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