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 자리에 있든, 어떤 대화가 이어지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편이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어색한 틈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웃음을 만들어낸다.
요즘 나를 본 사람들은 원래부터 이렇게 편안하고 사람 좋아 보이는 성격이었을 거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돌아보면, 나는 지금의 나와는 꽤 먼 사람으로 살아왔다.
20대에는 세상이 모두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었다. 나는 늘 주목받고 싶었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센터 본능'이 발동하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재수 없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30대에는 ‘아는 게 힘’이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래서 나와 잘 맞지도 않는 예술 분야를 억지로 파고들었다. 음악, 미술을 공부하며 수준 있어 보이고 싶었고, 얕은 지식을 뒤에 숨어 내 허영심을 감추곤 했다.
40대에는 경제력이 곧 나의 가치라고 여겼다. 외적인 모습에 집착했고, 보이는 삶에 힘을 쏟았다. 안정적인 직장, 남들 눈에 좋아 보이는 삶. 그렇게 나를 꽉 묶은 채 살아왔다.
그리고 50대. 나는 거울 속에서 점점 달라지는 나를 마주한다. 부쩍 늘어난 얼굴의 주름, 더 풍성해진 몸, 깜빡깜빡 잊는 일상들. 그런 나를 보며 문득 깨달았다.
그토록 애써 쥐고 있던 것들이 얼마나 먼지 같은 것이었는지를.
이제 나는 감자 하나를 사면서도 시장 상인들과 정겹게 이야기 나눈다.
감자의 산지부터 가격, 요리법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웃는다.
사우나에서도 처음 본 아주머니와 금세 친구가 된다. 나이, 사는 곳, 요즘 유행하는 찜질 순서까지.
예전엔 상상도 못 할 나의 모습이지만, 지금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얼마 전 등산을 하던 날, 내려오던 나에게 어떤 아주머니가 물었다.
“정상까지 아직 멀었나요?”
예전 같으면 “네”라고 짧게 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다르게 말한다.
“조금 남았지만 지금처럼 한 걸음씩 가시면 금방이에요. 힘들겠지만, 도착하면 정말 좋아요. 파이팅!”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이 말한다.
“당신, 진짜 많이 변했어.”
그래, 나도 안다.
예전보다 말이 많아졌고, 사람들 속에 더 깊숙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그게 싫지 않다.
오히려 지금의 나는, 참 따뜻하고 잘 어울린다.
모난 데 없이, 어떤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사람.
나는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