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 시, 시간과 마주 앉다.

by 이영미

새벽 네 시.

차창 너머로 습한 공기가 스며든다.

출근길, 후덥지근한 공기 속에서도 가을의 냄새가 아주 조금 묻어난다.

그 뜨겁고 식을 줄 몰랐던 여름도 결국 시간 앞에선 힘을 잃는다.


요즘 들어 ‘시간’이란 단어가 자주 마음에 걸린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점점 더 낯설고, 때로는 두렵다.

너무 빨리 흘러가는 것도, 새벽마다 잠이 깨서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해지는 것도 그렇다.


누군가는 잠으로, 누군가는 운동으로,

또 누군가는 일터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각자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책이나 강연을 통해 들여다보는 성공한 사람들의 시간은

늘 부지런하고 계획적이다.

하지만 문득 궁금해진다.

그들에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고 싶은 시간이 있을까.

그들의 하루는 정말 쉼 없이 효율적이기만 할까.

혹시, 나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하루를 시작하지만 하루가 끝날 무렵 남는 게 뭘까 싶다.

매일 같은 루틴이 반복되지만, 그래도 직장이라는 곳에서 나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그것만으로도 ‘무언가를 남기고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시간은 늘 나에게 아쉬움과 공허함을 함께 남긴다.

그럼에도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함께하는 사람들 덕분에 웃기도 하지만 그들로 인해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다.

그 모든 순간이 결국 내 시간을 채운다.


나이가 들고, 어둠이 짙어질수록 시간은 점점 더 낯설고 두렵다.

하지만 그 두려움 속에서도 안다.

시간이 나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아마 불안과 공허함조차도 나를 어른으로 자라게 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나는 언제쯤 불안과 공허함을 이겨낼 수 있는 어른이 될까?


2025년 10월 13일, 새벽 출근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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