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일, ‘흰 지팡이의 날’.
이날은 시각장애인의 자립과 권리를 상징하고, 우리 사회가 포용과 배려를 실천하는 뜻깊은 날이다.
흰색 지팡이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세상을 향해 스스로 걸어가기 위한 ‘용기’의
또 다른 이름이다.
나는 시력이 좋지 않다.
조금만 피곤해도 눈이 충혈되고, 글씨가 겹쳐 보일 때가 있다.
계절이 바뀌면 알레르기로 눈이 가렵고, 눈물이 맺혀 시야가 흐려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작은 불편에도 금세 짜증을 낸다.
하지만 ‘흰 지팡이의 날’을 떠올리면, 그 불편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것인지 깨닫게 된다.
흰 지팡이를 든 사람들은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세상을 믿고, 사람을 믿는다.
그들의 걸음에는 두려움 대신 신뢰가, 불안 대신 용기가 담겨 있다.
그 사실을 떠올리면, 나의 흐릿한 시야보다 더 또렷하게 보이는 것이 있다.
보이지 않아도 앞을 향해 나아가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가장 단단한 빛이라는 것을.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나도 누군가에게 흰 지팡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어둠 속에서 길을 찾지 못하는 이에게
작은 빛이 되어주는 그런 사람 말이다.
요즘 들어 그 마음이 자주 떠오른다.
특히 세대 차이가 큰 신입사원들을 볼 때면 더욱 그렇다.
나이로는 15년, 입사 시기로는 30년 가까이 차이가 나지만, 그들이 길을 잃고 헤매는 모습을 보면
왠지 내 지난날이 겹쳐 보인다.
보이지 않아도 길을 찾으려는 그들의 눈빛을 보면,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그 곁에 흰 지팡이
하나를 놓아두고 싶어진다.
그들의 손이 닿을 수 있도록, 길을 잃지 않도록, 아주 작은 불빛이라도 되어주고 싶다.
하지만 막상 다가가려 하면 망설이게 된다.
그들이 나를 어려워할 수도,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다.
어쩌면 그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어두운 터널 속에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마음속에서만 그들의 곁을 비춰본다.
흰 지팡이가 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먼저 손을 내밀지 못하는 나를 마주할 때면
조금은 초라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길 위에 작은 빛이 되고 싶다는 마음만은 끝내 흐릿하지 않다.
그 마음이 내 안의 마지막 시력처럼, 보이지 않아도 나는 그 빛을 따라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