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안에서 제도와 원칙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나는 잘 알고 있다.
특히 리더의 자리에 서면 그 무게는 더 크게 다가온다.
누군가는 공정하다고 말하지만, 또 누군가에겐 차갑고 비정한 규칙이 되기도 한다.
우리 조직은 19명이 함께 움직인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고도, 분실도 늘어났다. 그럴 때마다 관리자들의 고충은 깊어졌고,
나는 조금이라도 혼선을 줄이기 위해 팀원들과 상의 끝에 ‘벌금 제도’를 만들었다.
제품을 빼고 사진을 찍고, POS기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하나라도 누락되면 2,000원의 벌금을
내는 규칙이었다.
처음엔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실수할 수도 있는 건데 너무 딱딱하다.”
“벌금보다 교육이 먼저 아닐까?”
그 말들이 틀린 건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는 최소 금액으로 시작하기로 합의했고, 그렇게 10개월이 흘렀다.
겉보기엔 제도가 잘 자리 잡은 듯했다.
모두가 별문제 없이 따르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얼마 전, 한 구성원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제품이 너무 많아요. 한 개 잘못 입력했다고 벌금을 내야 한다는 건
너무 속상해요. 열심히 일해도 괜히 의욕이 꺾여요.”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리더로서,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답을 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벌금을 낸 사람들은 누구 하나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스스로의 실수를 인정하고, 묵묵히 받아들였다.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그대로 적용한다면 결국 공정성은 무너진다.
일을 잘한다고 해서, 매출이 높다고 해서 원칙을 예외로 할 수는 없었다.
리더로 산다는 건 결국 이런 일의 반복이다.
누군가의 불만을 감수하면서도 조직 전체의 균형을 지켜야 하는 자리.
제도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조직을 단단하게 세우는
울타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는 요즘 자주 스스로에게 묻는다.
과연 제도와 공정성만으로 조직이 건강해질 수 있을까?
때로는 원칙이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너무 단단한 울타리가 누군가의 숨을
막을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그 경계 위에서 서성인다.
리더로서 어디까지가 원칙이고, 어디서부터가 배려인지
그 정답을 여전히 찾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