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트기 전, 도심 한복판의 높은 빌딩 사이로 스며드는 공기는 언제나 조금 차갑다.
밤과 아침 사이의 틈새 같은 시간.
아직 잠이 덜 깬 도시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순간, 나는 그 호흡을 고스란히 맞는다.
4차선 신호등 불빛만 어둠을 깨우며 깜빡이고, 스산한 바람에 흩어진 낙엽들은 바닥을 스치며 굴러간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갈 풍경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늘 하루를 버티게 해 줄 생업의 무대가 된다.
나는 그 사실을 안다.
이 거리 어딘가에서 출근을 서두르는 사람들, 우유 한 병을 배달하며 누군가의 아침을 책임지는 매니저, 그리고 묵묵히 가게 문을 여는 주인이 있다.
그들의 손끝에서, 도시는 느리지만 단단하게 깨어난다.
그래서일까.
빌딩 숲 사이에서 불어오는 새벽바람을 마주할 때면, 마음 한쪽이 자연스레 따뜻해진다.
차갑게 스치는 바람인데도, 그 안에 수많은 사람의 하루가 실려 있는 듯한 포근함이 번져온다.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는 자리에 서 본 사람만이 아는 무게와 온기를 떠올리면, 도시의 바람도 잠시 걸음을 늦추고 그들을 감싸주는 듯하다.
나 역시 그 새벽바람을 맞으며 출근한다.
누구에게는 아무 의미 없이 지나치는 거리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오늘을 견디게 해주는 삶의 현장이 되는 이곳을 지나며.
그렇게 생각하며 길을 걸으면, 도심의 새벽은 더 이상 차갑지 않다.
오히려 조용히 나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속삭이는 것만 같다.
“괜찮아. 오늘도 너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