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우리의 무대

by 이영미

가수 우연의 노래 〈우연히〉를 들으면, 나는 아직도 나이트클럽 계단을 내려가던 순간에 서 있다.

“나이트클럽에서 우연히 만났네 첫사랑 그 남자를…”


첫사랑은 만나지 못했지만, 그 노래는 늘 나의 스무 살에 데려놓는다.

술은 몰랐고, 대신 노래와 춤을 사랑했던 시절.

흥은 많았지만 끝까지 써본 적은 없던, 그런 나이였다.


부모님은 엄하셨다.

귀가 시간은 늘 정확했고, 밤 열 시가 가까워지면 나는 어느 자리에서든 조용히 가방을 챙겨야 했다. 재미가 이제 막 익어가려는 순간이면 신데렐라의 마법처럼 시간이 풀렸다.


회사 회식도 다르지 않았다.

“죄송합니다”라는 말 한마디로 나는 늘 2차의 문턱에서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유난히 길었고, 집 앞 골목에 들어서서야 혼자 남은 흥을 발로 밟아 풀곤 했다.


어느 날,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서면 복개천 거리에서 ‘챔피언’이라는 나이트클럽 전단지를 받았다.

오픈 시간은 오후 7시. 그 숫자 하나가 마음을 흔들었다.


일곱 시에 들어가서 열 시에 나오면 된다. 그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나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픈 시간에 맞춰 함께 갈 수 있는 친구는 둘 뿐이었다.

우리는 높은 구두를 신고, 스무 살 특유의 어설픈 화장을 했다.

나이트클럽에 대한 나름의 예의였다.


계단을 내려가자 음악이 들렸고, 그다음 순간, 모두가 잠시 멈췄다.

웨이터들은 밀대걸레를 들고 바닥을 닦고 있었고, 우리를 보더니 물었다.

“분실물 찾으러 오셨어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오늘 놀러 왔는데요.”


우리는 자리에 앉자마자 무대로 향했다. 그날의 무대는, 말 그대로 우리의 것이었다.

아직 아무도 없었고, 음악은 이미 충분히 컸다.

우리는 마음껏 춤을 췄다. 누가 보든 말든 상관없었다.


조금씩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그때쯤이면 우리는 떠날 시간이 됐다.

통금 시간은 여전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요즘도 가끔 〈우연히〉가 흘러나오면 첫사랑 대신, 그날의 무대가 떠오른다.

우리 셋뿐이던,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넓었던 그 공간.

그때 함께 춤췄던 친구들은 이제 모두 쉰을 넘겼다.

몸은 무거워졌고, 밤은 짧아졌다. 하지만 그날의 우리는 여전히 가볍다.


철없었고, 흥이 많았고, 그래서 충분히 즐거웠다.


아마 그 정도면, 청춘으로는 충분했을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E.T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