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나만의 감정, 나만의 온도.
타인의 감정과는 아무 관련 없이 내 안에서 출렁이는 감정의 파도.
하지만 그 작은 파도가 어느새 주위를 적시고, 공간의 온도를 바꿔놓기도 한다.
얼마 전, 사무실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A직원은 본인이 담당한 제품 주문을 깜빡 잊었다.
B직원은 19명의 주문을 총괄하며 전체를 챙기고 있었지만, 개별적인 실수까지 모두 살피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A직원은 “왜 내 건 확인 안 해줬느냐”며 B직원에게 날을 세웠고, B직원은 묵묵히 자신의 일만 이어갔다.
둘 사이의 말 없는 긴장은 금세 사무실 전체에 퍼졌다.
말 한 마디 없었지만, 숨 쉬는 공기마저 무겁게 느껴졌다.
그 상황을 곱씹으며 생각했다.
A직원은 정말 B직원에게 화가 났던 걸까.
어쩌면, 실수한 자기 자신이 더 미웠던 건 아닐까.
우리는 종종 그런다.
자신에게 화가 나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그 감정을 흘려보낸다.
조금은 덜 아프고, 덜 복잡한 방식으로 말이다.
이제는 그런 심리를 이해할 수 있다.
예전에는 상상조차 못 했다.
젊은 시절의 나는 완벽함을 당연하게 여겼고, 실수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저래?”라는 말이 습관처럼 입에 붙어 있었고, 그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을 쉽게 단정지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실수를 내가 하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업무 실수, 흐트러진 집중력, 깜빡거리는 기억력.
그럴 때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기분은 나의 것이지만, 그 감정이 타인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내 안의 감정을 스스로 다스릴 줄 아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정은 참 주관적인 것이지만,
그 주관이 만들어낸 기류는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결국, 나의 기분이 타인의 하루에 어떤 그림자를 드리우는지를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조금 더 단단하게, 조금 더 따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