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1등에게도 필요한 게 많다.
https://www.yna.co.kr/view/AKR20180216040500007
진부하긴 하나, 달리기 경주 또는 수영 시합 등에서 다른 선수들에 비해 기량이 턱없이 모자라 꼴찌로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가끔 유튜브 알고리즘의 인도로 유사한 이야기를 시청하곤 하는데, 조회수나 댓글이 가히 폭발적이다. 물론 댓글의 전체적 감성도 따뜻하기 그지없다. 이런 글만 보면 세상 참 살만하다 싶을 정도.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스포츠 경기가 인생의 압축판이라고들 하는데, 말 그대로 압축판이라 마라톤이라 하더라도 2시간 내외인 경기를 보며 그들의 감동적인 드라마를 감상하고 평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나, 태어나면서부터 역경을 딛고 일어나야 하는 누군가에게 그런 감동은 픽션에 가깝다.
특히 우린 인내심이 부족한 민족 아닌가. 한국의 인사 다음 배우는 말이 '빨리빨리'이고,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며 "제육덮밥 2인분이요!"라며 메뉴를 외치는 민족 아니던가. 그런 우리에게 꼴찌의 완주는 어쩌면 스포츠 경기에 국한된 아니 스포츠가 아니라면 경험하기 힘든 이상향이 아닐까.
물론 1등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재능과 노력 그리고 목표가 필요하다. 그뿐인가. 재상과 전교 1등은 하늘이 내린다고 하지 않았나. 앞서 말한 여러 요소들은 필요조건일 뿐 필요충분조건 일 수 없으니, 모두가 우러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심지어 운까지 따라야 한다. 어쩌면 그런 1등에게 보내는 찬사는 마땅해 보인다.
하지만 꼴찌의 완주는 '용기'까지 더해야 완성이 된다.
자의든 타의든 경주에 뛰어들었으니 재능도 필요하고, 그에 맞는 노력도 필요하거니와 무엇이 되고자 하는 목표는 당연하다. 이런 필요조건들을 누군가는 각인된 DNA로 갖고 태어났고, 어떤 이는 부모로부터 입에 물려지기도 한다. 보통의 경우 꼴찌에게는 이런 조건들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면 더 많은 양의 재능과 노력 그리고 목표가 필요할 것이 틀림없다.
다시 말하지만 꼴찌가 그 지독한 경주를 끝내기 위해서는 '용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내가 경주의 결말을 늦추고 있지는 않을까. 나는 이 경기를 끝낼 수 있을 것인가. 내가 여기에 껴도 되는 사람일까. 이 정도면 충분하니 그만두는 게 낫지 않을까. 나는 다음 경기에 참가해도 될까. 나의 삶은 이대로 괜찮을까.
당장 가쁜 호흡과 몰려드는 피곤도 꼴찌에게 큰 적이지만,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덤이요, 나의 삶을 등위로 재단하는 사람들의 시선까지 염두한 경주는 그 자체로 견딜 수 없는 시련이다.
그런 시련에 대한 유일해는 '용기' 말고 무엇이 있을까.
조금 느긋하게 꼴찌의 완주를 경험해 보면 어떨까. 그들을 동정하거나 연민의 시선으로 봐주자는 게 아니다. 어쩌면 내게도 닥칠 수 있는 시련의 경주의 모범 답안이 그들일 수 있다. 아니 그런 걸 다 떠나서 동물과 구별되는 영장류의 으뜸인 인간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덕목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