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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았다곰 Aug 28. 2022

태어나자마자 죽어간다.

열달 남짓 어미의 태를 부여잡고

숨결 한 모금, 양분 한 움큼 나눠 먹었더랬지.

이미 그때 죽어가고 있던 것을 왜 몰랐을까.


핏덩이도 살아보겠다고

볼기짝 두드리는 마찰음에 첫울음 울었더랬지.

이미 그때도 죽어가고 있던 것을 어찌 몰랐을까.


나 좀 봐달라고, 응석에 반응해달라고

베냇짓에 옹알이를 연신 뿜어댔더랬지.

이미 그때도 죽어가고 있던 것을.


살기 위해 태어난 것인지

죽기 위해 태어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어차피 우린 태어나자마자 죽어간다.


어쩌면 그래서 우린 태어나면서부터

죽지 않기를 바라는 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래서 우린 죽어가면서도

삶을 희망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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