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달 남짓 어미의 태를 부여잡고
숨결 한 모금, 양분 한 움큼 나눠 먹었더랬지.
이미 그때 죽어가고 있던 것을 왜 몰랐을까.
핏덩이도 살아보겠다고
볼기짝 두드리는 마찰음에 첫울음 울었더랬지.
이미 그때도 죽어가고 있던 것을 어찌 몰랐을까.
나 좀 봐달라고, 응석에 반응해달라고
베냇짓에 옹알이를 연신 뿜어댔더랬지.
이미 그때도 죽어가고 있던 것을.
살기 위해 태어난 것인지
죽기 위해 태어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어차피 우린 태어나자마자 죽어간다.
어쩌면 그래서 우린 태어나면서부터
죽지 않기를 바라는 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래서 우린 죽어가면서도
삶을 희망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