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째 밑 빠진 것 같은 썰렁한 마음이 스치듯 지나간다. 명절이라고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 달라질 것도 없는데 마음은 허전함에 쓰리다.
그러다 깨달았다.
엄마가 떠나고 다가오는 첫 명절이라는 것을.
이맘 때면 나는 뭔가에 쫓기듯 분주했다. 명절에 남편의 고향으로 내려가기 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요양 병원에 엄마를 두고 명절을 보내고 오는 며칠은 불안하고 미안하고 못 할 짓을 하는 사람 같았다.
어떤 마음이든 내려가기 전 할 일이 있다. 간단한 먹거리를 준비해 원무과, 간호사실에 인사를 한다. 엄마를 잘 부탁한다는 뇌물 아닌 선물이다. 가장 신경이 쓰이는 건 간병인 여사님들이다. 따로 선물을 챙기고 감사의 마음을 담은 봉투도 준비한다. 자식인 내가 못 하는 일을 가장 가까이에서 해 주시기에 진심에서 우러난 마음의 표시다. 또 엄마 간식을 준비하고 다른 어르신들 나눠드릴 간단한 먹거리도 챙긴다.
그렇게 한 차례 일을 치르고 나야 안도의 숨이 나온다. 연휴 기간 중 하루는 언니네가 내려와 엄마를 보고 간다.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것도 없으면 명절 내내 얼마나 쓸쓸했을까?
나는 연휴가 시작되면 출발하기 전 엄마에게 간다. 잘 다녀오겠노라는 딸의 인사와 잘 다녀오라는 엄마의 인사에 서글픔이 배어 있다. 엄마를 두고 나오는 그 시간이 참 싫었다.
연휴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엄마를 찾아가는 일이다. 엄마 얼굴을 보고 나야 또 한 번의 명절이 끝났구나 싶다.
그렇게 명절 보내기를 한 시간이 9년.
9년 만에 연례행사처럼 하던 일을 하지 않아서일까? 그땐 부담스럽고 힘들게 느껴지기도 하던 일인데.
지인과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도 헛헛하다.
"원래 오늘 엄청 바쁜 날인데. 팔자 좋게 이러고 있는 날은 아닌데."
그냥 바람이 부는 것 같다. 매섭게 몰아치는 겨울바람은 아니지만 자꾸 분다.
산속을 걷다 보면 나뭇잎들이 서걱거리며 소리를 내고 바람은 "나 여기 있다." 라며 나를 훑고 지나간다. 그 바람처럼 자꾸 훑고 지나간다.
"그냥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 번거로워도 되고 힘들어도 괜찮으니 조금만 더 있어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자꾸 욕심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