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수와 고기 등 기본 상차림이 나오고 우리는 버섯, 청경채, 야채를 비롯해 먹거리를 가져다 놓고 마주 앉는다.
시간을 거슬러 함께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
"대전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너랑 제일 많이 먹으러 다녔는데. 그게 참 기억이 난다. 정말 맛있게 많이 먹었잖아."
"난 우리 같이 점심 먹고 언니네 아파트 뒤에 있는 산에 가서 걸었던 날이 제일 기억나요."
그녀는 대전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8년 정도를 살던 그곳에서 든든한 친구이자 동생이었다. 당시 녹녹지 않던 내 상황에서 무장해제하고 만날 수 있는 극소수의 사람 중에 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주로 점심을 함께했는데 그녀와 먹으면 맛나게 많이 먹는다.
한 번은 식당을 정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다. 식당을 찾다가 고갯길까지 들어섰는지 길은 외길이고 구불구불하다.
"우리 이 길 따라가다 세 번째 나오는 식당에 무조건 들어가자."
라고 한다. 둘 중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그렇게 달린다. 드디어 세 번째 식당 앞.
오르막 길을 한참 가다 만난 세 번째 식당은 허름한 판잣집이었다. 범상치 않은 느낌.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자 나무 테이블이 몇 개 있었고 인삼주와 다른 약초로 담은 술병들이 즐비했던 것 같다. 찻집에 가까웠지만 라면이 메뉴에 있었다. 어렴풋하지만 정말 맛있게 라면을 먹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