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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산에 끌리는 이유, 어쩌면...
헛헛했었구나...
by
소행성RDY
Sep 2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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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간 월류봉
산을 좋아서,
가을바람이 황홀해서,
높고 푸른 하늘에 흰구름이 가슴 뛰게 해서
자꾸만 산으로 간다 생각했다.
이번 주만 벌써 4일째 산이다.
갔던 산을 연거푸 가기도 하고
고속도로를 달려갔다 오기도 한다.
진산자연휴양림에서 바라본 대둔산
어디가 되었든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냥 "산" 속으로 들어가 산길을 걷고 땀을 흘리고 나를 비워내는 게 필요했었구나 싶다.
왜 이리 산을 가려고 할까 궁금했다.
그 이유를 오늘에야 분명히 깨닫는다.
엄마의 빈자리가 주는 헛헛함이다.
내내 괜찮은 것처럼 잘 사는듯한데,
엄마와 함께한 시간,
엄마를 위해 비워 두었던 시간을
엄마가 떠난 지 두 달이 지났음에도,
이러 지도 저러 지도 못하고 줄 끊어진 연처럼
휘둘리다 찾은 곳이 산이었음을 이제 알겠다.
나의 낮 시간은 병원에 있는 엄마를
보러 가는 시간이 한 중간에 있었다.
어떤 약속보다 우선이었던 엄마를 만나는 일.
그렇게 등산이며 여행이며 긴 시간이 소요되는 일은 점점 멀어졌다. 그러려니 했다. 당연하다 생각했다.
만인산
그런데, 이제 다시
날이 좋아서,
가을바람이 아까워서,
핑계를 대며
산으로 간다.
"아, 내가 헛헛하구나.
허기가 져서 산으로 오는구나."
어쩌면 엄마가
나를
산으로 보내고 있지는 않을런지!
"그 마음 내려놓으라고.
한 걸음 한 걸음에 위로를 받고
나를 잘 들여다보라고."
여기에도
엄마의 배려와 가르침이 있음을 느낀다.
나는 지금 산에서 치유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 한 줄기 바람, 흔들리는 풀, 바위를 타고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맑고 높은 새소리, 그리고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나.
엄마와 함께 한 시간의 흔적을
엄마는 나를 산으로 보내
새로운 길을 내주려 하나 보다.
엄마는 또 나를 살리고 가르친다.
오늘도 가을 속을 걷는다.
계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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