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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엄마를 만났다.

이렇게라도 와 줘서 고맙고 사랑해

by 소행성RDY

새벽 몇 시쯤이었을까?

엄마가 내게 온 시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생한 느낌이 아직 남아있다.


그곳은 우리 집이라고 하는데 우리 집이 아니다.

꿈은 그럴 수 있으니까.


엄마에게 조심해서 다니라고 한다. 넘어져 다칠까 걱정을 하는 것 같다. 다치면 또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 그럼 다시 일상을 살 수 없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으리라. 어쩜 그때 내가 겪고 있던 현실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지 모르겠다.


엄마와 난 너무 행복했다.


그런데 나갔다 오는 건지 다시 내 앞에 나타난 엄마 얼굴에 멍이 들어있다.


"엄마, 왜 그래?"


라며 급하게 묻자 넘어졌다고 엄마가 말한다.


그 순간부터 나는 정신이 없었다.

비틀거리는 엄마를 꼭 안았다. 엄마가 너무 따뜻했다.


세상에서 그렇게 편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게 그 와중에도 좋아서 더 꼭 안았고 놓고 싶지 않았다.


나는 울었다.


"엄마, 안돼. 엄마..."


울음은 울부짖음으로 변하고 꺼이꺼이 목이 메게 울었다. 서럽게 엄마를 안고 울었다.


엄마는 여전히 포근하고 따뜻하고 내게 평화를 줬다. 어떻게 슬프고 애달파서 넘어갈 것 같은데도 엄마의 따뜻함은 한순간도 놓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꿈속에서도 알았다. 이제 엄마가 떠나겠구나.

떠난다는 걸 알면서도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 싶었다.


"엄마, 사랑해. 나도 사랑한다고 말해 줘."


라며 엄마에게 평소에 하던 떼쓰기가 나온다.


"사랑해."


엄마가 말해줬다. 엄마가.


"엄마, 고마워."

엄마는 사랑한다,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해주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엄마가 사랑한다는 말이 듣고 싶었나 보다.


신기했다.

그 슬픔 속에서도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뭐라 표현이 어렵지만 엄마가 잘 지낼 것 같은 확신이 있었다.


엄마를 안고 울고 있을 때 엄마와 내 등 뒤로 폭죽이 아름답게 터지고 있었다. 마치 꽃이 피듯이 화려하게 말이다. 엄마를 환영하듯이, 좋은 곳에서 편히 쉴 것을 미리 알려주듯이 그랬다. 아니 꿈속에서 그렇게 느꼈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이리라.


"아, 엄마가 정말 편히 쉬겠구나."


라는 것을 알았다. 그냥 알았다.


그러다 잠에서 깨어났고 한동안 굳어버린 듯 누워있었다.


"뭐지? 너무 생생해서 그게 현실 같다. 엄마 잘 있나 보다. 근데 왜 넘어져서 다쳐. 내 마음 아프게. 아냐 그렇게 폭죽이 터지고 내 마음도 슬펐지만 아프진 않았잖아."


이런저런 생각에 잠이 쉬이 들지 않았던 새벽이었다.


오늘도 산으로 갔다.

벤치에 앉아서 잠시 잊고 있던 꿈 생각을 한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제발 좀 꿈에 나오라고 할 때도 한 번을 안 나오더니 드디어 엄마가 내게 왔다.

난 그것만으로도 기쁘다.

다시 엄마를 껴안고 그 따뜻함을 오로지 나만이 있는 대로 다 느꼈으니 부러울게 뭐가 있겠는가!


엄마가 떠난 지 77일째다.

잊은 듯 살아도 여전히 살아있는 듯한 엄마다.


무심히 사는듯해도

추석날 엄마 앞에서

말 대신에

서럽게 울고야마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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