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68 앗~ 비가 온다. 가도 될까?

인생은 변수의 연속

by 소행성RDY

어쩐지 깜깜하다 싶었다. 유난히 어둠이 짙은 새벽.

얼마나 지났을까? 어둠이 걷히고, 창문을 연다.

순간 찬 바람이 훅 밀고 들어오고 빗길 위를 달리는 차 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아, 비..."


그랬구나. 비가 오고 있었다.


"어쩌지. 산에 가기로 약속했는데.."


오늘 산에 가려고 일요일인 어제 부지런히 숙제도 끝냈는데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 걸까? 마음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계족산이면 비가 와도 괜찮지 않을까? 맨발 걷기 길만 따라가면 우산 쓰고 충분히 가능한데? 길을 워낙 잘 만들어 놓아서 위험할 일도 없고..."


혼자 난리다.


아직 지인에게 별다른 연락이 없는 것을 보면 나랑 비슷한 생각인 것 같다.


어제 대화 중

"비 오는 날 계족산 좋지."라고 했던 것이...

말이 씨가 되었나?

그건 아니다.

비 예보를 보고 한 말이니 씨가 될 사이가 없었다.


"음, 그래. 일단 가자."


마음을 정한다.


몇 시간 후,

우리는 어디에?

전북 진안의 마이산 입구다.


살다 보면 꼭 처음 의도한 대로 살아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언제든 수정가능한 것이 계획이다.


대전 계족산에서 진안 마이산으로 변경되고 이 산에서 오늘 하루 제대로 즐겨보리라는 계획.


하지만,

오늘의 변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짜잔~

진안으로 접어들 무렵,

지인을 급하게 찾는 한 통의 전화.


하루종일이 오후 3시까지 대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미션으로 변경된다.


마이산 도착이 12시경이었는데

주어진 시간은 길어봐야 2시간이 채 안된다.

다행히 1시간의 여유가 더 주어졌지만

이미 맘은 바쁘다.


나야 괜찮지만

지인의 마음은 불편할 것 같아

서둘러 준다.


그럼에도 우리는

없는 여유를 챙겨

유쾌하게 보낸다.


변경할 수 없는 것은 빨리 인정하고

허락된 시간을 잘 쓰는 것이

그 순간 가장 필요한 일이다.


'여기까지 와서 아쉽네.'


이 마음 탁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다음이라는 기회가 남아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 마이산을 거닐 것이라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언제 어느 순간 다시 이 자리에 있을지 몰라서 더 재미있는 것 아닐까.


짧았기에 어쩌면 더 기억에 남을지도 모를 오늘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