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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사진 한 장

미소를 찾아 줘!

by 소행성RDY

사진은 솔직하다.

숨기고 싶었던 작은 떨림, 불편한 시선, 어색한 미소.

숨겼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이럴 줄 몰랐지?"라고 하며 찰나의 순간을 잡아내 버리고 마는 게 한 장의 사진일 때가 있다.


나는 지금 조금은 생경한 시선으로 사진 한 장을 신기해하며 보는 중이다.


가을 저녁의

쌀쌀한 바람이 지나가는 어느 카페의 야외 테이블.


손님 테이블을 돌며 이쁨을 받던 고양이 한 마리가 마지막 손님으로 남은 우리 테이블로 다가온다.

반갑게 맞아주는 것을 이미 느낀 아이는,


폴짝

남편의 무릎 위로

뛰어오른다.


"어, 뭐지?"


라고 할 사이도 없이 남편의 허벅지에 편안하게 자리를 잡은 고양이. 의외로 내치지 않는 그.


그 모양이 신기해 사진을 찍는다.



고양이는 남편과 아이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법을 아는지 연신 이쁜 짓을 하고 두 사람은 좋아 죽겠다는 듯 웃음이 터진다.


몇 장의 사진을 더 남기고, 사진을 살펴보던 중 시선이 머무는 한 장의 사진 속엔, 남편의 환한 미소가 보였다.


낯설어서,

오래 보게 되는 사진.


"맞아. 이 사람에게도 이런 표정이 있었지. 참 오랜만에 보는 미소네."


이 미소를 잃어버리고 살고 있었구나.


"살다 보면 다 그래. 먹고살아야지. 가족을 책임진다는 게 그렇지 뭐. 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어떤 합당한 변명을 근사하게 갖다 부쳐도 이 미소를 잊고 산 것에 대한 답이 될까?


문득 남편의 시간이 너무 고되었었구나 싶다. 가족을 위한다는 것이 내 삶을 뒤로 미루라는 이야기는 아닐 텐데, 사진 속 환한 미소까지 잊고 살아야 했다니 너무 억울하지 않았을까?


가족을 위해선 지갑을 잘도 열면서 자신을 위해선 인색해지는 남편.

자신을 위해 살라는 아내의 말은 어쩌면 한낱 뜬구름 같은 말, 알량한 배려심일 뿐이었으리라.


미안해 진다.

자신이 더 그러고 싶지 않겠는가?



사진 속 평화로운 그 미소, 너 어디 있니?


남편에게 많이 미안한 어느 가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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