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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비 오는 날의 우울

비 핑계..

by 소행성RDY

그들이 떠났다.


며칠의

시간과 공간을 나누던

그들이 떠났다.


뜨거운 커피와 국화꽃잎차를

함께 태워 보내고

멀어지는 차 꽁무니를

바라본다.


고요.

북적거림이 멈춘 공간.


쉬고 싶었다.

헤집고 간 흔적을 정리한다.


벗어놓고 간 옷들은 세탁기에,

현관 앞 공구통도 제 자리를 찾아 떠나고,

사람도 제 갈 길을 간다.


고요.

덩그러니 홀로다.

안 그런 척,

얼마나 기다렸는데.


마음이 가라앉는다.

너무 깊이 가라앉는다.


비 때문이라는 핑계는 싫다.

가라앉는 마음을 멈추지 못하는

내가 문제다.


오늘은

브레이크가 고장이 났나 보다.


그냥 비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우울해도

괜찮은 날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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