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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딸, 고마워!
엄마도 미안...
by
소행성RDY
Jul 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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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고마워!
"엄마, 나 가방만 좀 싸 줘."
라고 아이가 말한다. 아마 어제도 그랬을 걸.
"시간도 있고 네가 준비해서 가."
라는 말에,
"엄마가 방울토마토 하나 더 먹으라고 해서 시간이 없잖아."
라고 짜증이 묻은 목소리로 말한다.
"유튜브 보는 시간을 1~2분만 줄여도 충분할걸."
이라고 대답하는 내 목소리도 편하지 않다.
아침 식사 후 자두와 방울토마토가 놓인 접시에 방울토마토만 남은 것을 보고 하나만 더 먹으라고 했다. 그런데 방울토마토 하나 더 먹어서 시간이 없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핑계를...
하지만 이건 내 생각이고, 어쨌든 핑계이건 사실이건 자기는 그렇다는데 뭐...
1분이라도 더 쉬고 싶다는 그 맘을 알면서... 오늘따라 까칠하게 대답하는 아이의 말에 나도 같이 예민하게 반응한 건 사실이다.
내 눈엔 밥 먹고 유튜브 보는 시간 1분만 줄여도 가방을 다 챙길 수 있겠다 싶으니 아이의 행동이 맘에 안 들었던 것이리라. 그리고 불쑥 "이거 습관 아냐?"라는 마음이 들면서 해 주기 싫었던 것도 있다.
그게 뭐 대수라고... 나 역시 "엄마가 해 줘." 하면서 컸을 텐데.
어쨌든 준비하는 아이의 몸짓이 '나 지금 엄마한테 화났어.'라고 말하는 게 다 보인다.
그 모습이 뵈기 싫어,
"그럼, 이제 엄마가 아침에 뭐 하라고 간섭 안 할 테니까 알아서 준비해서 가."
라고 유치한 최후의 심통을 부린다.
그래도 학교 가는데 기분을 풀어야 할 것 같아 말을 걸었더니 돌아오는 말이 퉁명스럽다.
너, 사춘기니?!
아이는 인사도 없이 나가버리고 나도 배웅을 하지 않았다. 참, 나도 애 수준이랑 똑같다. 아이는 현관에 서서 한참을 머뭇거리다 갔다. 엄마를 기다렸던 걸까?
몇 분 후 전화가 울린다. 아이 전화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야, 뭐 두고 갔어?"
라고 톤을 높여 말한다.
"아니, 엄마 미안해. 아침에 내가 짜증 내고 나와서 기분이 안 좋아서 전화했어. 미안해."
라며 차분히 말하는 우리 딸.
"아니야. 엄마도 미안해. 가방 싸 줄 수도 있는 건데. 엄마도 네가 그렇게 가고 나니까 마음이 안 좋았는데, 먼저 전화해 줘서 고마워. 기분 풀고 학교 잘 다녀와. 정말 고마워. 사랑해."
"나도 엄마 사랑해."
방울토마토 하나 때문에 일어난 작은 해프닝은 그렇게 일단락되었다.
내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생각될 때 먼저 마음을 열고 사과할 줄 아는 아이. 너무 잘 컸구나 싶다. 이럴 때 보면 아이에게서 내가 보인다. 내가 실수하거나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빨리 솔직하게 사과하는 것. 더 이상의 문제를 키우지 않는 길이다.
아이의 빠른 행동 덕분에 마음이 가벼워졌다. 사실 아이가 먼저 전화를 하지 않았으면 내가 했을 것이다. 아니면 카톡으로 아이가 좋아하는 수많은 이모티콘을 날렸을지도 모른다. 하트가 100개는 날아갔을 텐데.
딸!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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