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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괜찮아, 짜증 내도 괜찮아

그러면서 성장하더라

by 소행성RDY

괜찮아, 짜증 내도 괜찮아.

자정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 눈이 말똥거리는 아이 옆에 눕는다. 잠들기 전 가끔 자기 옆에 10분만 누워있다 가면 좋겠다고 할 때가 있다. 이날은 아이의 요청도 없는데 조용히 누워본다. 아이 얼굴이 환해진다.

아이가 조용히 말을 하기 시작한다.

“난 엄마가 좋아.”

“왜? 엄마는 다른 엄마들보다 해 주는 것도 별로 없고, 해 달라고 하면 너보고 하라고 하잖아.”

“엄마가 다 해 주면 정말 좋겠지만, 엄마보다 더 안 해 주는 엄마들도 있을 거야. 그 생각하면 괜찮아.”

칭찬인지 놀리는 건지!


“엄마, 나 요즘 짜증이 많아진 거 같아.”

장난기 빠진 목소리다. 아이는 지금 한창 감정적 변화가 심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 스스로 짜증이 늘었다고 생각하는 아이. 본인에겐 큰 고민일 수도 있겠구나 싶다.


아이와 대화를 가감 없이 적어 본다.

“그래. 그런 거 같더라.”

“엄마는 아니라고 해 주질 않는구나.”


“짜증이 많아질 수도 있으니까. 엄마도 짜증 내고 화낼 때 많잖아. 근데 짜증이 엄마한테 화가 났다기보다 학교에서 속상한 일이 있는데 엄마한테 화낼 때도 있는 거 같던데?”

“응. 그럴 때 있지.”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거야?”

“그게 뭐야?”


“쉽게 말하면 아빠한테 야단맞고, 화는 엄마한테 푼다는 뜻이지. 엄마도 그럴 때 많아.”

“정말? 엄마가?”


“엄마도 바깥에서 화나는 일이 있었다든가, 아빠랑 다투고 나서 너한테 화낼 때 많았어.

평소에 네가 저녁에 뭐 만들어 먹는다 그러면 알았다고 하잖아. 근데 가끔 지금 먹어야 해? 내일 먹어. 퉁명스럽게 얘기할 때 있잖아.”

“응.”


“그럼 넌 그때 어떻게 말해?”

“왜 안 되는데? 라고 짜증 내며 말하지.”


“그럼 엄마는 또 화난 목소리로 뭐라 하겠지. 그렇게 계속 상황은 나빠지겠지. 그럴 땐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알아차려야 해. 근데 그게 어렵지. 엄마도 어려운데 너한테는 더 그럴 거야. 알아차리기만 해도 정신이 번쩍 들어.”

“아는데 잘 안 되는 거 있지. 엄마한테 그냥 짜증 내서 미안해서.”


“괜찮아. 나도 그러면서 컸어. 짜증 내면 착한 아이가 아니라고 할까 봐 걱정돼? 엄마 어릴 때는 어른들 말 잘 듣고, 하라는 대로하면 착한 아이라고 했어. 다들 착한 아이란 말을 듣고 싶어 했지. 근데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도 돼. 네가 착한 아이가 아니라고 해서 나쁜 짓을 하거나 누구를 괴롭히지는 않을 거잖아. 너의 개성과 의견을 존중하니까 짜증 내고 나서 또 잘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너를 괴롭히진 마.”

“응.”


“이제 잘 시간이야. 사랑한다.”

“나도 엄마 사랑해.”

가끔 아이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는 잠자기 전, 10분의 마법!


아이야, 지금도 잘하고 있어. 혼자 노래 부르고 춤추며 까르르 웃는 네 모습을 보면 잘 자라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지?

너와 이야기하는 시간은 너의 나무도, 엄마의 나무도 성장하는 시간인 것 같다.


언제든 엄마에게 말 해 줄래? 난 너에 대해서 많이 알고 싶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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