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공원 묘원을 찾았다. 가을이 다가오고 있는 하늘엔 눈부신 흰구름이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J.H와 H.S 그리고 나.
주차를 하고 내리려고 하자, 언제 먹구름이 몰려왔었는지 비가 흩뿌린다. 쪼르르 달려 매점으로 간다. 작은 조화를 준비하고 햇살 속에서 눈처럼 내리는 빗속을 달려 봉안당으로 간다.
1년 만에 찾은 H.k 선배의 유골함 앞에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작년엔 보이지 않던 사진이다. 너무 환한 그 모습에 뭉클, 슬픔과 그리움이 훅 밀려온다.
"선배, 잘 있었나요?"
H.K선배는 독서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독서와 공부의 시작은 선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비록 함께한 시간은 짧았지만 그가 남기고 간 씨앗은 나무로 자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예기치 않은 병으로 세상을 떠난 지 벌써 3년. 자칫 꺼져버릴 듯 흔들리던 우리는 3년 동안 다시 모이고 자라고 있다.
매년 함께 찾는 봉안당의 하늘은 어찌 그리도 파랗고 가을을 쓱 들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산을 아래에 두고 펼쳐진 하늘은 어느새 부쩍 높아지고 더 파래졌다. 가을이다.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