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의 햇살은 기가 막히게 늘 앉는 테이블을 정확하게 향하고 있다. 이맘때의 햇살은 여기를 지나가나 보다. 냉방으로 서늘하기까지 한 카페의 온도와 별개로 햇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순간 숨이 막힌다.
"어쩌지? 이 자리는 포기할 수 없는데. 이대로 해가 옆으로 비껴갈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라고 쓸데없는 객기가 올라오려 한다. 생각은 여기에 머무는데 엉뚱하게 몸이 알아서 옆으로 살짝 옮겨 앉는다. 20cm 정도 되려나. 그러자 해를 완전히 비켜 앉게 된다. 시원한 냉기가 온몸으로 스며든다.
"그래. 그게 뭐 고민할 거라고. 살짝 비켜 앉으면 다 해결될 것을. 그 자리가 뭐라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쳐 간다.
살다 보면 이런 순간이 얼마나 많을까? 작은 일에도 내 것으로 생각해서 내어주기 싫고 물러서기 싫은 순간들 말이다. 내가 먼저 내어주고 물러나 주는 것이 마치, 지는 것 같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믿는 마음이 얼마나 사는 걸 복잡하고 고단하게 하는지 깨닫는다면 굳이 필요 없는 소유나 고집을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지 않는가?
해가 가는 길을 잠시 침범하고 화들짝 놀랐지만 작은 배움을 얻는 저녁이다.
오늘은 카페에 가서 뭐라도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길 잘했다. 이제 여름도 제 할 일을 다 하고 내년을 기약할 것이다. 집을 나오니 보이는 것들이 있다. 더 늦기 전에 나올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한번 길을 잃은 마음은 제 길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헤맬 만큼 헤매야 하는지, 모든 것에서 물러나 있고 싶어 했다. 그 마음이 원하는 대로 모든 습관과 규칙에서 벗어나도 그러려니, 지금은 그러고 싶을 때인가 싶었고, 때가 되면 다시 자기 길로 알아서 돌아올 것을 알았기에 조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