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에 처음 입사했을 때, 신입 사회복지사들은 당연히 제가 사회복지사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뒤늦게 간호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궁금증이 생겼다고 하더군요.
"간호사가 왜 복지관에 있지?" "간호사가 왜 사회복지사의 인테이크 교육을 하지?"
그런데 함께 대상자의 댁을 방문해 보니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어르신이 복용 중인 약을 꺼내 보여주시며 물어보실 때가 있습니다.
"이 약이 뭐하는 약인지 아세요?"
그럴 때 저는 걸림돌 없이 자연스럽게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아, 이건 고혈압약이네요. 000 성분이 들어있어서 혈압을 낮춰주는 역할을 해요. 언제부터 드셨어요?"
"응, 맞아! 고혈압약이야. 나는 이걸 20년 전부터 먹어왔어."
이렇게 대화가 이어지면서 어르신과의 신뢰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대학병원에서 5년 동안 근무하면서 치료가 필요한 환자와 임종을 맞이하는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리고 지역사회 복지관에서 9년 동안 지역주민을 도와왔습니다.
처음에는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두 개의 전문성이 섞여있는 것이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습니다.
대상자가 질병과 관련된 내용을 이야기할 때,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것. 그렇게 형성된 신뢰감으로 대상자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저의 강점이었습니다.
보통 처음 보는 사람에게 개인정보를 알려주기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자신의 개인정보를 알려주죠.
지역사회 현장에서 사회복지사가 대상자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어 하는 경우, 주민은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을 평가하기 위해 일부 정보를 공유하곤 합니다.
이를 위해 주민은 복지사에게 복용 중인 약을 보여주거나, 질병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씩 나누며 복지사의 지식수준을 확인하게 됩니다.
"제가 말하면 선생님이 알아요?"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사회복지사가 엉뚱한 말을 하거나 질병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되면 주민은 더 이상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만약 방문할 대상이 치매 또는 고혈압 약을 먹는 것으로 파악되었다면, 방문 전에 해당 약의 모양과 이름을 미리 익혀가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약을 건네주며 "이건 고혈압약입니다"라고 말했을 때, 상대방이 "응, 고혈압약이네요. 이걸 나는 20년 전부터 먹어왔어요"라고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대화의 시작점이 되는 것입니다.
제가 9년 동안 사회복지 기관에서 근무하면서 느낀 점은 사회복지사는 지역주민을 돕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질병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미숙한 개입이 진행되거나, 비효율적인 업무가 되기도 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종종 보게 됩니다.
저의 이야기가 사회복지사 선생님들께 지역사회복지를 실천함에 작은 도움이 되길 희망합니다.
다음 화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만난 말기암 환자분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왜 그분은 밑반찬 지원을 거절하셨을까요?
✔ ・이 이야기는 매일 연재됩니다
《청진기를 든 사회복지사》는 복지 현장에서 건강과 돌봄을 연결하며
사회복지사로서 마주한 경험을 기록한 실천 에세이입니다.
・일상 이야기와 활동 후기는 블로그에서 함께 나누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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