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를 든 사회복지사》2화.밑반찬을 거절한 말기암

by 김정은

"저는 유동식 외에는 먹을 수 없어요"


한 사회복지사가 암 환자분을 대상으로 밑반찬 지원을 신청했습니다. 대상자는 항암치료를 중단한 상태이며, 자택에서 생활 중이지만 건강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몇 가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대상자의 암 진단은 몇 기일까요?

왜 항암치료를 중단하셨을까요?

현재 음식을 섭취할 수 있는 상태일까요?



사회복지사는 대상자가 입 안이 헐고 입맛이 없다고 해서 자극적인 음식을 섭취하기 어려워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밑반찬 지원이 적합한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현관문 너머로 들린 작은 목소리


어르신의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가정 방문을 계획했습니다. 어르신의 집에 도착하여 현관 벨을 눌렀지만, 어르신이 문을 열어주지 못하셨습니다.

한참 뒤, 어르신의 목소리가 현관문 가까이서 조금씩 들렸습니다. 이러한 상황만으로도 어르신의 건강이 매우 쇠약하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어렵게 문을 열어준 어르신의 얼굴을 보았을 때, 항암치료의 흔적이 많이 보였습니다. 보조 워커를 이용하여 나오셨는데, 다시 안방으로 돌아가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항암 병동에서의 경험이 말해주는 것


저는 항암 병동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어르신의 오른쪽 쇄골 부위에 chemoport가 삽입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상자께서는 말기 암이며, 항암치료를 받는 것이 의미가 없어서 집에서 머무르신다고 하셨습니다.

"식사는 의사의 처방대로 영양 보조식(유동식)을 드시고 있어요. 하루에 2개 정도의 유동식을 드시면 많이 드시는 거예요."


가족이 지키고 있는 비밀


병원 방문 시 자녀와 함께 가는데, 자녀들이 어르신에게 자신의 현 건강 상태에 대해 알려주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어르신은 암이라는 사실과 건강 상태에 대해 알지 못하며, 가족이 비밀을 보장하고 있었습니다.

암 진단 시 암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거나 대상자의 심리적인 상태를 고려하여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대상은 병명이 기록철에도 비밀로 표시되어 실수로 병명을 알려줄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조심해야 합니다.


"복지관 밑반찬을 드실 수 있나요?"


복지관에서 밑반찬을 제공하면 드실 수 있는지 여쭈어보았으나, 입 안이 헐어서 드시지 못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영양 보조식(유동식)만을 드셔야 하는데, 다양한 맛의 유동식을 맛볼 수 있도록 종류가 다양한 유동식을 지원해 드렸습니다."

어르신은 현재는 가정에서 지낼 수 있는 상태이지만, 임종을 맞이하기 위해 호스피스 병동 준비를 하고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죽지 못해 마지못해 마시는 유동식을 넘어서


입 안이 헐어서 하루 세끼를 같은 맛의 유동식으로 겨우 삼킬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만약 내가 마실 수 있는 음식이 유동식으로 정해졌다면, 죽지 못해 마지못해 마시는 유동식을 넘어서 다양한 맛의 유동식을 고려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질병을 이해한다는 것


이 사례를 통해 깨달은 것은 질병에 대한 이해 없이는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말기암 환자의 식이 제한을 모른다면?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인한 구강 상태 변화를 모른다면?

유동식만 섭취 가능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단순히 '어르신이니까 밑반찬이 필요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면, 이 분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할 뻔했습니다.


작은 배려가 만드는 큰 변화


결국 우리가 제공한 것은 다양한 맛의 유동식이었습니다. 물질적으로는 작은 것이었지만, 어르신에게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조금이라도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질병을 이해한다는 것은 대상자의 진짜 욕구를 파악하는 첫 걸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3기 자궁암 진단을 받았지만 끝까지 일하고 싶어 했던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매일 연재됩니다

《청진기를 든 사회복지사》는 복지 현장에서 건강과 돌봄을 연결하며

사회복지사로서 마주한 경험을 기록한 실천 에세이입니다.


・일상 이야기와 활동 후기는 블로그에서 함께 나누고 있어요

https://blog.naver.com/ju8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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