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를 든 사회복지사》 10화. 그냥 다 귀찮아서

by 김정은


서울에서 온 어르신


서울시에서 전입하신 어르신입니다. 고시원에서 거주하다 영구임대주택으로 오시게 되어 가스레인지, 냉장고, 세탁기, 밥솥 등 생활에 필요한 전자기기와 가구, 식재료 등이 모두 부재한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관리사무소와 인근 주민센터가 협력하여 신규전입가구를 위한 복지관에서 1차 상담을 진행하고 물품 및 가전제품, 가구, 식료품을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다르게 본 어르신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르신을 만나는 관내 사회복지사와 관외 기관의 사회복지사들이 어르신을 바라보는 시각이 모두 달랐습니다.

식사 지원 담당자의 시각: "가정 내 청결이 이루어지지 않고, 어르신의 식사 준비가 불가능합니다."

건강관리 담당자의 시각: "어르신이 스스로 거동이 가능하고, 장거리에 있는 시장을 대중교통을 이용해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어 드십니다."

지인의 증언: "어르신의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고, 대변을 벽에 칠하거나, 기억력이 약해 가스 불을 끄지 않는 등 치매 행동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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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이 본 5가지 다른 모습


어르신에 대해 방문하고 바라보는 사람은 5명 이상이 되었지만, 모두 어르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달랐습니다.

이에 다양한 시각에서 본 내용을 토대로 어르신을 모니터링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한 체계적 접근


우선, 인지 저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주민센터의 돌봄 SOS를 통해:


병원 동행 서비스

일시 재가 서비스를 연계

병원 진료와 3개월간 주 5회 요양보호사를 배치하여 어르신을 모니터링



알츠하이머 치매 확진


병원 진찰 결과 어르신은 알츠하이머 치매로 확진되었습니다.

순수독거 어르신이었기 때문에 어르신의 보호 체계를 형성하는 일로 진행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일상생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관리사무소와의 협력: 현재 어르신의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관리사무소에 설명하고, 매월 관리비를 내러 오시는 어르신의 기억력이 저하되어 관리비 납부가 되지 못한다면 복지관으로 연락하도록 안내했습니다.

요양보호사를 통한 모니터링: 3개월간 주 5회 어르신의 댁에 방문하는 요양보호사를 통해 어르신의 일상생활 능력 등을 파악했습니다.


개입이 필요한 시점의 도래


한동안 어르신의 일상생활은 잘 유지되는 것으로 보였으나, 어느 날 개입해야 할 시점이 찾아왔습니다.

관리비가 연체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어르신의 댁에 사회복지사와 함께 방문하여 확인한 결과:



다른 공과금 납부를 하지 못하는 상태

예전에 가능했던 음식 조리도 이제는 어려워짐



실질적 지원 방안 마련


금융 관리 지원: 어르신과 상의 후 이전 지로로 내던 관리비와 공과금을 자동 납부로 전환했습니다.


식생활 지원:

고등어찜, 김치찌개, 돼지고기볶음 등 가능했던 음식 조리 능력이 저하

식생활의 영양 공급에 문제가 생겨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경로식당을 연계하여 식사를 지원



안전망 구축: 경로식당은 출석 여부를 당일 알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 어르신이 출석하지 않는 날에는 전화 연락을 통해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하고 식사에 오실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장기요양등급 신청과 지속적 돌봄


3개월 동안의 돌봄 SOS 일시 재가 서비스가 종료되고 어르신은 장기 요양 등급을 받아, 현재는 요양보호사가 배치되어 어르신을 돌보고 있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진행 과정 이해


알츠하이머 치매인 경우, 점차 기억력이 저하되는 것을 사회복지사는 예측하여야 합니다.

현재 일상생활이 가능하더라도:



투약을 중단하거나

고립, 단절되는 일이 있을 수 있으므로

기억력 저하 시 어떤 개입을 할지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모니터링망 구축의 중요성


다층적 모니터링 시스템:



관리사무소: 관리비 납부 여부 확인

경로식당: 일일 출석 확인

요양보호사: 일상생활 능력 모니터링

복지관: 전체적인 사례관리



"그냥 다 귀찮아서 그래"의 진짜 의미


처음 어르신을 만났을 때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냥 다 귀찮아서 그래, 나는 문제없어"

하지만 이 말 뒤에는:



기억력 저하에 대한 불안감

독립적이었던 삶에 대한 그리움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한 부담감

치매 진단에 대한 부정


이 모든 복잡한 감정이 숨어있었습니다.


치매 초기 단계의 특징


1단계: 부정 (Denial)


"나는 멀쩡해"

"그냥 깜빡한 거야"

"나이 들면 다 그런 거지"



2단계: 혼란 (Confusion)



익숙한 일이 어려워짐

시간과 장소 혼동

판단력 저하



3단계: 의존 (Dependence)



타인의 도움 필요

안전 문제 발생

보호체계 필요



각 단계별 개입 방법


부정 단계에서의 개입:



강요하지 않기

자존감 보호하기

점진적 도움 제공



혼란 단계에서의 개입:



안전망 구축

일상생활 지원

모니터링 강화



의존 단계에서의 개입:



전문 돌봄 서비스

가족 지원

시설 연계 검토



존엄을 지키는 치매 돌봄


어르신이 "그냥 다 귀찮아서 그래"라고 말씀하신 것은 자신의 존엄을 지키려는 마지막 노력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르신의 말을 존중하면서

안전하게 보호하고

가능한 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매가 있어도 여전히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한 분의 어르신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다음 화에서는 치과 치료가 무서워서 10년을 참으신 분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매일 연재됩니다

《청진기를 든 사회복지사》는 복지 현장에서 건강과 돌봄을 연결하며

사회복지사로서 마주한 경험을 기록한 실천 에세이입니다.


・일상 이야기와 활동 후기는 블로그에서 함께 나누고 있어요

https://blog.naver.com/ju8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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