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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 철학자 Dec 04. 2022

저장하지 않고도

일주한권 문철환콜 프로젝트- 그 네 번째 이야기 <소유냐 존재냐>


1) 가질 수 있다는 착각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get'할 수 있다고 여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돈과 재물을 '재산'이라는 울타리로 가둬 '내 것'으로 만들고 한편으로는 '아내' 혹은 '남자 친구' 등이라는 이름 하에 사람마저 소유하려 든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부질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실은 가능하지조차 않은 착각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 어떠한 것도 '소유'해낼 수 없다. 그냥 그 모든 과정 주변에 있는 다양한 감정이나 분위기를 느끼며 관통할 뿐..


실제로 책 속에서도 에리히 프롬은 물질적 풍요와 과도한 소비 심리 속에서 우리가 범하고 있는 한 그릇된 환상을 이야기하며 그것은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필자는 이에 격하게 동의하며 사람들이 소유하려 하지 않고 현재를 즐기며 그 곁다리에서 행복을 찾을 것을 주장한다. 모든 것을 성취하고 얻어내기 위해 남들의 사다리를 걷어차고 나의 스포츠카를 시동 거는 사회에서 왜 우리가 그래야만 하냐고? 그 이야기를 비유를 통해 전달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이번 글 속에서 인생이 여행이고 카메라로 담는 행위가 소유하려는 행위로 대입한 후 글을 써보았다. 왜 사람들이 카메라로 모든 것을 담아내려는지를 분석하고 또 우리가 진정한 여행의 묘미와 참맛을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자 한다.



2) 여행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람들의 마음

 어떤 심리에서 사람들은 여행을 소유하려 할까?

필자가 보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2-1)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그 자체로의 욕망


"소유하려는 양식 속에서는 그 대상과 주체는 살아있는 관계를 맺지 못한다."


첫째, 소유욕이다. 집, 차, 돈, 여자 혹은 남자... 자본이 곧 권력이 되고 자랑거리가 되는 사회에서 남들보다 더 많은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긍정적으로 비치곤 한다. 단지 다른 이들보다 많이 가졌다는 것이 곧바로 남과 나를 가르는, 아니 최소한 비교하는 척도로 여겨진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기만족과 더불어 남들에 최소한 뒤처지지 않으려 하는 마음속에서 많은 것들을 '소유'하려 하고 자신의 것으로 간주하려 한다.

  그런 측면에서 사람들은 아름다운 장면과 소중한 순간을 소유할 수 있다는 착각 하에 여행 속에서 사진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실상은 이는 아름답고 낭만적인 착각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별 효용이 없는 이야기다. 현실성 측면에서도 한 천 년이 더 지나서 특정 모멘트의 모든 느낌과 분위기를 담아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모를까, 사실 우리가 사진이라고 칭하며 저장하는 것은 사실 그 당시의 시각적인 극히 일부만을 우리에게 전달해줄 뿐이다. 그날의 날씨와 무드, 달콤했던 향기와 사소한 바람의 세로 지름까지, 그 어느 것도 사진은 우리에게 전달해주지 못한다. 다시 말해, 사실은 소중한 순간의 모든 것을 담는 것이 불가능할뿐더러 오히려 그 존재 자체로 즐기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체험임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프롬이 우리에게 이야기해주듯, 우리는 소유했다고 착각하고 그런 관계를 형성한 이상 '소유한 대상'과는 살아있는 관계를 맺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깨닫고 올바른 방향으로 사유해야 할 것이다.

  

2-2) '내 것'을 통해 우위를 점하려는 욕망


"사유재산 등을 소유하려는 욕망은 공공연한 혹은 은밀한 방법으로 타인의 것을 빼앗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고자 하는 욕망을 낳는다."


둘째는 사진 찍기를 일종의 놀이라고 여기면서 그 자체로 하나의 콘텐츠로 보는 문화 때문이다. 사진의 제1 목적이자 용도는 우리가 원하는 장면을 시각적인 프레임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요즘 시대의 사진 찍기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놀이 문화처럼 굳어진 측면이 있다고 보인다. 마치, 인간의 필요에 의해 바구니 등에 물건을 담는 행위가 현재의 각종 스포츠로 변화해 즐겨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사진 찍기의 콘텐츠화 혹은 놀이화는 비단 '인생네컷'을 필두로 하여 각종 인스타그램 감성 사진 찍기에 진심인 MZ세대의 현태를 보면 그 문제를 직시할 수 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행복함을 증명한다거나 혹은 자랑할 목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에리히 프롬이 책 속에서 말한 '소유를 통한 타인에 대한 우위'를 암묵적으로 느끼고자 하는 인간의 내재적인 욕망이 일부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도 있겠다.  때로는, 인생 샷을 건진다는 명목으로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위험하다거나 극히 선정적인, 혹은 주변 사람들에게 무례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강렬한 수위의 사진을 건지기 위해 아슬아슬한 장면 속 주인공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 또한 또 한 번의 그럴듯한 망상이다. 어디서부터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행복함을 증명하려는 시도에서부터이다. 인생을 제대로 즐기고 있으며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스토리와 게시물 등 각종 형태로 올리는 것은 약간의 자기 기록적 핑계를 덜어내면 남들에게 자기 자신의 존재를 긍정적인 형태로 증명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남들 못지않게 잘 살고 있다는 것,  즉 행복하다는 것은 증명할 수 있는 대상이 되지 못한다. 행복이라는 것은 공기와도 같은 것이라 늘 곁에 두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 때 비로소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그런 감정을 사진을 찍고 과시 등을 함으로써 'get'할 수 있다고 성취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자 행복에 대한 거대한 오해이다.


3) 카메라 없이 떠나는, 훌륭한 여행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여행'다운 여행을 즐길 수 있을까. 혹자는 진정한 여행의 정의를 어떻게 획일화하여 정할 수 있겠느냐고 하겠지만, 적어도 필자가 생각하기에 보편적인 정통의 방법은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저장하려는 부단한 노력의 짐을 내려놓고, 주변의 행복과 사랑을 만끽하며 떠나는 '노 카메라' 여행이다.


'저 오늘 떠나요 공항으로

핸드폰 꺼 놔요 제발 날 찾진 말아줘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도 어쩔 수 없어 나

가볍게 손을 흔들며 bye bye-'


  위는 필자가 즐겨 듣는 가수의 '여행'이라는 노래의 가삿말이다. 휴대폰을 꺼놓은 상태에서 사람들과의 연결, 그리고 사진 찍기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제대로 된 여행을 즐기고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진실된 행복을 곁에 두고 싶다면 과감히 실천해볼 만한 일이다.

  

"우리는 사랑을 소유할 수 있는가? 사랑이라는 사물은 없다. 사랑이란 추상 개념이며, '사랑한다'는 행위만이 존재할 뿐이다.

인생이라는, 어쩌면 가장 길고도 아름다운 여행 속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과 같은 다양한 가치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인생 속에서 소유하려는 다양한 개념들은 사실 실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어떤 감정 혹은 행위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들을 '소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들을 존재양식으로 받아들일 때 오히려 큰 안정감 속에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느냐'는 운명에 맡기고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행복을 찾아내야 한다."

  이 말처럼, 우리는 무언가를 손에 거머쥐려는 시도를 계속하기보다, 공기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 행복을 체감해야 한다. 즉, 손에 쥐고 있는, 때로는 목에 메고 있는 '카메라'라는 이름의 부담감과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 앞에 펼쳐진 것들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본연의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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