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살짝 닿기만해도
굵은 눈물로 뜨겁게 차오릅니다
타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경이로움과
곧이어 사라지고 말 존재에 대한 연민에
긴 시간 간신히 말아올린 한숨의 타래들이
한올 한올 바닥으로 내려와 흩날립니다
뜨겁도록 긴 여름의 가시에 걸려
따끔한 아픔에 흠뻑 젖어진 뒤에야 비로소
둥글둥글 단단히 익어가고
시들시들 힘없이 떨구지만
깊은 곳을 향한 당신의 더운 입김이 슬며시
부드럽게 다가와 어루만지니
자비로운 당신과 함께 열매를 맺게 할
가을을 건넌 나무는
참으로 엉성하게 부서지고 있지만
나뭇가지 사이 사이에는 이미
붉은 사랑으로 오붓이 살이오른
수줍게 맺힌 아기 사과들이 있습니다
따뜻한 뿌리 곁을 서성이는 낙엽 속에서
어김없이 그립고
사랑으로 빛나는 가을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