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生)의 물결

by 별숲지기


생(生)의 물결

생(生)의 물결


흔들 흔들

외로운 떨림


얼마 남지 않은 마른 잎들을 걸치고

나무 아래에서 아무런 내색도 없이

고요한 시간을 태우고 있는 낡은 추억


토닥토닥 쓸어내리는 포근함에 이끌려 잠깐 두 눈이 포개어지는데

둥그렇게 풍성한 배의 안에서 새어나오는 딸꾹질 소리에 깜짝 놀라

두 눈을 열고 둥둥 물길따라 흐르는 아가의 모습을 그려가며 함께 고개춤에 빠지고

하양의 배냇저고리에 곧 맞이할 이름을 한땀 한땀 수놓으며 새롭게 피어나는 꿈에 빠지어

모든지 받아들일 것 같아 오냐오냐를 주억거리며 일렁거리다


빛을 따라 숨을 내쉬고 들이쉬고 가만히 누워서만 두 눈의 반짝임을 퍼트리던 아기가

옹아리를 하고 앉기도 하고 일어서기도 하고 걷기도 하면서 일렁이는 향기 곁으로

앙증맞게 귀여운 발걸음을 총총 새기며 다가오더니

느릿느릿한 시간에 다정히 젖어들었던 밀월의 쉼터가 아기의 청랑한 봄빛 그네로, 물빛 뱃놀이로 변하면서

그윽한 추억과 함께 새처럼 밝고 환하게 날아오르는 꿈을 꾸게 된거야


작은 손가락으로 한 장 한 장 넘기며 그림책을 보거나 달큼한 노래에 빠져 새근새근 잠을 자거나 더운 사랑을 녹여낸 고운 죽을 먹으며 차츰차츰 더 깊고 더 푸른 꿈을 향해 아이는 발길을 돌려 빠져나가고

다시금 그이의 발을 담고 고요한 숨을 받아 조금씩 낮게 일렁이는 그 낡은 물결


얼마 남지 않은 생을 가볍게 싣고

오래오래 아늑한 쉼터로 남아 있도록

지긋한 숨을 태우고 있는 낡은 그림자


함께 머물렀던 긴 시간의 닻을 당겨 꿈으로 항해하듯 애틋이 출렁이다가

이내 촉촉하게 데워져 가만히 정지하는

무위의 떨림


거칠게도 곱게도 금이 간 시간의 주름들이 전율하는 파동을 따라

더운 숨은 내려놓고 빈 숨으로만 주억거리고 있지만

생을 사랑으로 태우다 따뜻하게 넘실대는 그 오랜 추억

흔들의자에 아롱진 생(生)의 물결


눈부신 떨림

흔들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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