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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균탁commune Feb 02. 2023

코뮤니스트의 시

어느 평범하고 우울한 아침 불현 듯

   어느 평범하고 우울한 아침 불현 듯

                                      - 김 균 탁


   위암이 전이된 채 발견돼 일찍 세상을 뜬

   장모도 불쌍하고

   뇌경색에 쓰러져 의식이 없는 아빠도 불쌍하고

   경증 치매, 당뇨 초기, 고지혈증, 불면증, 우울증에 걸려

   대답 없는 병간호를 해야만 하는 엄마도 불쌍하고

   이런 불쌍한 사람들을 생각은 하지만

   눈 뜨자마자 유전된 우울증 약을 털어 넣고

   얼마 되지도 않는 월급을 타러 가는 

   내가 볼썽사납고 이런 나를 또

   불쌍한 듯 바라보는 가난한 아내의 가엾은 눈이

   불쌍하다     

   불상 앞에 서서 아무 생각도 없이

   경전을 읽으며 불쌍한 사람들을

   생각다가 이런 생각도 없이

   불현 듯 울고 싶지만

   또 까닭 없이 찾아드는 나의 불면증은 어쩌나

   얼마 되지 않는 월급이라도

   병원비를 내놓고 나면 

   어린 자식들 입에 물려줄 밥은 또 불쌍해서 어쩌나

   볼썽사납게 끼니를 생각하는 내가

   불현 듯 울고 싶은 날들이 찾아와

   울고만 있으면 그런 나를 불쌍하게 바라보는

   뜻 모를 어린 것의 눈빛과

   뜻을 조금은 이해하는 덜 어린 것의 눈물과

   어린 손주들보다 더 어려져만 가는 엄마의

   멍한 눈은 또 어떻게 하나

   글썽일 눈물을 긁적일 시간도 없이

   한 숨도 잠들지 못한 걱정들을 한숨에 치닫는 듯

   몇 개의 알약처럼 시작되는 어느 평범하고

   조금은 우울한 아침

   아빠 힘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 것도 같은 착각 속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고지서 같은 아침

   그냥 불현 듯 불쌍한 사람들이 떠오른

   아주 평범하고 아주 조금 우울한 아침


   오래된 경전 속에 쓰인 글자들처럼 조금은

   흐릿하고 흐느끼듯 흘러내린 아침

   평범한 듯 우울한 그냥 야옹하고 울어버리고 싶은

   어느 날 아침, 그리고 불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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