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의 감각
나는 자주 부족함을 느낀다.
시간이 부족하고, 돈이 부족하고, 확신이 부족하다.
그 결핍은 불안으로 이어지고,
불안은 나를 조급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더 많이 가지려 하고,
더 많이 이루려 하고,
더 많이 증명하려 한다.
결핍은 결함처럼 느껴진다.
무언가가 빠져 있다는 감각,
남들보다 덜 갖고 있다는 비교,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빈자리.
그 감각은 나를 작게 만들고,
때로는 나를 지치게 한다.
하지만 결핍은 단지 부정적인 감정일까.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존재는 결핍을 통해 드러난다”고 말했다.
우리가 무언가를 잃었을 때,
그것의 의미를 더 깊이 깨닫게 된다.
결핍은 존재를 자각하게 만드는 감각이다.
그 감각은 삶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결핍은 욕망을 낳고,
욕망은 방향을 만든다.
우리는 결핍을 통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고,
그 원하는 것을 향해 움직인다.
결핍은 멈춤이 아니라,
움직임의 시작이다.
나는 결핍을 기록한다.
갖지 못한 것,
이루지 못한 것,
받지 못한 감정들.
그 기록은 나를 정리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복잡함 속에서
나는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간다.
결핍은 인간다움의 증거다.
완벽한 존재는 없다.
우리는 모두 부족하고,
그 부족함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다가간다.
결핍은 고통이지만,
그 고통은 삶을 깊게 만든다.
결핍의 감각을 외면하지 않을 때,
우리는 더 진실하게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