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이야기
뜻이 통하거나 말거나
한 회사에서 적지 않은 직장생활을 하며 많은 이들을 만났고, 지금도 만나고 있다.
내게 동료란 회사에서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거나 이전에 함께 일했던 이들을 모두 제 동료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서로 알게 된 사이이다. 그렇기에 회사에서 언제든 서로의 시간을 내어 꼭 업무 얘기가 아니더라도 같이 차 한잔은 할 수 있는 사이가 내게 곧 동료다.
그러다 마음이 맞으며 술도 마시고, 산도, 낚시도, 때론 라운딩도 같이 다니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고들 한다. 물론 일리 있는 말이고 동의한다.
다만 그것도 성격이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다양한 동료들과 어울렸다.
마음 맞은 동료들 지금도 그렇지만 다양한 모임을 갖고 있다.
20대는 풋살로 시작해 여름엔 바다로 겨울엔 스키장에서 함께 했다.
40대인 요즘은 등산과 라운딩으로 이어진 게 당연하다 여겨질 정도다.
그러다가도 월요일 아침이면 우린 다시 프로가 되었다.
회사 생활, 이게 제일 어렵다.
몇 마디 나누지 않아도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초등학생 가르치듯
설명을 해도 도통 알아먹질 못한다.
한 때는 내가 문제인가도 싶었다.
이건 나이의 많고 적음, 직급이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니다.
공감과 인성의 차이라고 본다.
나 역시 부족한 점도 많다. 다면 지극히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하고자 하는 의지는 있다.
왜냐하면 회사는 일하기 위해 온 곳이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만큼은 집중해야 하고, 그 시간에 걸맞은 결과를 내야 하는 것이 회사에서 가져야 하는 기본이며, 일반적인 사고이다.
일을 하는 것도, 회의 같은 논의를 하는 것도, 결정 내리는 것도 모두 사람의 일이다.
그래야 일이 된다.
기계나 시스템은 영혼을 불어넣어야 비로소 동작을 하거나 운영이 된다.
이것도 회사에서 사람의 일이다.
답이 없다.
말귀 못 알아듣는 사람,
겉으로만 아는 척하는 사람,
주구장창 자기 말만 늘어놓은 사람,
무례한 말투와 행동인 사람,
언제나 반말하는 사람,
반복해서 설명을 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무논리로 자기주장만 하는 사람,
매사 신경질적인 사람,
일 머리 없는 사람,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
참 한결같고, 변함도 없다.
사람을 쉽게 포기하지 못해 갖가지 방법을 찾고자 연구했다.
#1 관련 책을 읽고 실천해 보기
끝까지 듣고 긍정적으로 대해 주기
할 수 있는 한 칭찬하기
먼저 말 걸어주기
무슨 말을 하든 들어는 주기
#2 유튜브에서 찾아보고 적용해 보기
최대한 친절하게 상대의 생각 존중해 주고 이해해 주기
긍정적, 부정적인 대화 하지 않기
배우는 자세로 대하기(이게 제일 어려움)
(논리적이지도 근거가 있지도 않은 말들에 대해 배우는 자세로 대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상대가 상사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자기애가 다들 강하다.
그들의 막혀있는 사고 체계는 신념의 영역에 속해 있어 대화가 되지 못함을 깨달았다.
신념과 진리의 영역에 관한 생각.
내가 보고 들은 것이 진실인가? 내가 알고 있던 것이 온전히 옳은 것인가?
내 경우엔 20대가 되어서야 깨달았다. 나만의 진실일 수도 있다는 것을...
진리는 바뀔 수도 있다.
과거 지구가 둥글며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고 철학자, 과학자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주장하였다.
실제로 많은 학자들이 정치적, 종교적 이유로 심한 경우 목숨을 잃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니 일반적인 사실로 받아들여지기
까지는 또 수백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새로운 진실이 곧 진리가 되었다.
이렇게 진리는 어렵지만 바뀌기도 한다.
그러나 신념의 영역은 차원이 다르다.
"내가 믿는 것이 옳다"라는 강한 생각에 사고 잡혀 있어 변화하지 못한다.
좋은 사례로 우리나라에서는 종교와 정치가 있다.
즐거워야 할 명절에도 금기시하는 대화의 주제가 정치와 종교다.
그런 주제는 결국 좋게 끝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서로 믿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내 내공이 부족한 탓인지 이런 동료들을 대처하는 효과적인 처방전을 찾지 못하였다.
그래서의 최선은 상대 안 하기다.
제발 일로 엮이지만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다.
단,
내가 쓰는 전략이 두 가지 있다. 겉보기 나이가 있다고 판단되면 무조건 심하게 존대한다.
그럼 적어도 상대 역시 존대하는 관계로 이끌어 갈 수 있다.
무례하게 대해는 사람들에게 내가 종종 사용하는 문구가 있다.
'아.. 목소리 좋으시네요.'
그러면 상대는 별 뜻 없이 좋게 받아들인다.
허나 속뜻은 그게 아니다.
아무 생각도 없이 막말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일종의 '돌려 까기'다.
뇌에서 생각을 통해 나온 말이 아닌 그냥 목에서 나온 '소리'라는 뜻으로 하는 말이다.
모든 조직에는 꼭 소문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공통된 특징도 있다.
생각하지 않아 논의 자체가 어렵거나 자기 생각이 너무 강해 토론이 되지 않는다.
지식은 많을지 모르나 지혜가 없다.
나는 있으나 동료는 없다.
절대 본인이 양보하거나 손해 볼 짓은 안 한다.
회사는 프로들의 세계이고, 냉정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정에 의해, 감정과 같은 편향된 생각에 의해 업무가 진행되는 건 막아야 한다.
그러함에도 그런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건 누구에게나 곤욕이다.
코로나 시대가 앞당겨 버린 비대면의 시대를 거부한다.
내 말과 행동, 즉 태도가 만든 평판이 곧 신뢰이며 자산인 것이다.
적어도 창피하게 앞으로 남은 직장 생활을 하고 싶지는 않다.
'너 자신을 알라!'라고 했던 유명한 철학자의 말처럼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는 연습을 한다.
앞으로도 쭉 사람들 속에서 어울리며 성장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나마 같이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음에 오늘도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