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은 필수!
몽테뉴가 옳았다. 우리 모두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졌다.
- 철학을 권하다 중에서
나이로 치자면 띠동갑 사이 중간 언저리쯤에 내가 있다.
아내가 어느 날 회사 후배 얘기를 꺼냈다.
일도 잘하는데, 투자 쪽으로는 도가 튼 사람 같다나...
처음엔 귀담아듣지 않았다.
본인은 알아들을 수 없는 얘기들을 하는데, 내가 한번 만나봤으면 한다는 것이다.
처음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몇 차례 비슷한 얘기를 듣고 나서, 일이나 금전적으로 엮이지 않을 사람이라 어렵사리 약속을 잡았다.
내 주변에 오랜 만남을 이어온 여의도 금융가에서 삼십 년 넘게 증권과 채권 업무를 담당하고 계신 분이 계신다. 지금도 현업에 계시나 서로 시간을 내어 볼도 치고, 술도 마시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눈다.
이왕이면 같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제안하였고, 그렇게 아내까지 넷이 모이게 되었다.
우리의 주제는 각자가 바라보는 세상과 돈의 흐름에 대한 얘기였다.
초면인 분을 중간에 만나는 것도 실례인 듯하여 우리가 근처로 가기로 했다.
인천 하면 차이나타운이 유명한데, 워낙 사람이 붐비는 곳이라 그곳에서 한 골목 건너에 있는 식당으로 예약을 하였다. 유니짜장과 꿔바로우로 유명한 '신승반점'을 뒤로하고 우리가 선택한 곳이 바로 '전가복'이다.
전가복은 그전에도 몇 번 갔던 곳으로 작은 식당이나 아는 사람만 다니는 곳으로 화교출신의 사장님이 직접 운영을 하신다.
식사를 하다 보면 사장님이 직원들과 중국어로 얘기를 나누시기에 중국말이 자주 들리곤 한다.
대표 메뉴는 가게 이름과 같은 전가복이다.
기존 중식에서 맛보던 것과는 뭔가 좀 다른 특별한 느낌의 맛이다.
재료 자체도 신선하고 바로 조리해서 나와서 그런지 중식답지 않은 내가 좋아하는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두 번째 요리는 아내가 좋아하는 오향장육이다.
숟가락 위에 요향장육 한 점을 올리고 사진 속 장육아래 숨겨있는 절임오이와 파채를 올리면 그냥 흡입된다.
잘 삶아진 고기에 스며들어 있는 은근한 향신료의 진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주변을 두르고 있는 송화단도 별미이다.
세 번째 요리는 오늘 처음 뵌 분의 추천 메뉴다.
유린기.
이건 말이 필요 없다. 다음에 가도 또 시켜야 하는 메뉴다.
튀긴 닭고기 아래에 묻혀 있는 맛깔난 양념이 저며든 양배추와 꼭 함께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전가복에서 유린기는 처음이었는데, 이전에 먹어본 유린기는 모두 가짜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전가복에 식사로는 짬뽕 혹은 유니짜장과 그 유명한 탕수육을 시킨다.
그러나 오늘은 요리만을 주문하기로 하였다.
막상 새로운 분을 만나고 보니, 그간 미루며 보낸 지난 시간이 아쉽다 생각되었다.
우리는 맛난 요리와 술 한잔을 즐기며 세상 사는 얘기, 앞으로의 투자 얘기를 하였다.
비슷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인 듯싶다.
본인의 투자 철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의 관점과 생각을 들어줄 열린 마인드, 그리고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 난 이런 생각을 지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다.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자주 가져갈 생각이다.
그로 인해 내 생각이 저 너머의 지평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길 바라본다.
우리는 다음 모임을 라운딩으로 기약하며 자리를 마무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