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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소리 Jan 10. 2023

푸른 제주의 길 다시 걷다.

소소한 일상 에피소드 두 번째

제주의 서쪽 바다에서 돌고개를 만나다.


어제 한라산 등반으로 4만보를 걸었다. 휴족 시간 챙겨 온 건 정말 나 스스로 칭찬받아 마땅하다. ㅎㅎㅎ

오늘은 올레길 19번 20번이다.

제주 올레를 완주한 것은 아니나 이쪽 방향의 올레가 처음이기도 했고, 나만의 논리 기는 하나 내일 21, 1번 코스를 마치고 나면 제주 올레의 시작과 끝을 모두 경험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제주 시내


동문 시장 근처 숙소는 깔끔하긴 했으나 시내인지라 좀 시끄럽긴 했다. 전날 산행을 한 탓으로 숙면에 전혀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7시쯤 일어나 샤워를 하고, 간단히 아침을 먹을 후 다시 길을 나섰다.

올레길을 다시 걷는 것에 대한 약간의 흥분과 오늘도 '잘할 수 있을까'라는 내 몸 상태를 스스로 점검하며 

버스를 타고, 시작점에 내려 다시금 보아를 돌려 길 떠날 채비를 하였다. 오늘은 36km다.




함덕해변
서우봉에서


초반에 크게 인상적인 장면은 없었고, 최대한 스트레칭을 하며 페이스를 조절하였다. 어느덧 함덕 해변이다.

어제 한라산에서 먼발치로 바라본 해변이 아닌 눈앞에 그림 같은 바다와 그 청량한 내음이 깊은숨 속으로

스며들었다. 멋진 바다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 틈에서 몇 장의 편안한 사진을 찍고 다시금 길을 나섰다. 작은 오름으로 '서우봉'이라는 나지막한 동산을 만났는데, 짧기는 해도 경사가 가팔라서 금세 

숨이 벅차왔다. 다행히 능선쯤 다다랗을 때는 키 큰 나무들이 자연 그늘을 만들어 주어 한결 걷기가 편했고, 시원한 기분도 느낄 수 있었다. 바닷가에 위치한 작은 오름인 탓으로 인기척은 거의 없이 홀로 주인인양 만끽할 수 있는 곳이었다. 




(혹시 저기가 어디인지 물으신다면 올레길 19번~20번 방향 서우봉 넘어 조천 앞바다로 언젠가 꼭 만나보세요)


전날의 산행과 반주로 마신 한라산 소주의 여운으로 그리 컨디션이 좋지 못하였는데, 작은 봉우리를 잠시

오른 것만으로도 충분히 숨을 가쁘게 하였다. 오름을 내려와 바닷가에 도착하면 잠시 쉬어야겠다는 마음으로 먼바다를 멍하니 쳐다보던 순간...

큰 물고기 한 마리가 하얀 배를 보이며 펄쩍 뛰어오르는 게 아닌가??

돌고래다!!! 소리를 쳤으나 주변에는 아무도 없이 나 혼자였다. 

올레길을 걷다가 드라마 속 우영우도 못 만난 돌고래를 만난 것이다. 


운 좋게 우연히 돌고래를 만나고 나니 다시 힘이 났다. 실제로 제주 돌고래는 처음 보았고, TV 속 바로 그 등지러 미를 내놓고 돌핀 킥을 날리며 수영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멋진 광경에 한참을 바닷가에서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그 후로는 한낮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아스팔트 길과 나무 그늘 속 좁은 산길이 이어졌다. 다시 바닷가로 나오면 19번 코스를 완주할 수 있었다. 



 

이름 모르는 다육이

20번 코스는 대부분 바닷가를 걷는다. 점심으로 체력을 보충했으니 이제 다시 무거운 발을 옮긴다.

이제 슬슬 무리가 되는 시간이다. 계산상 해가 저물기까지 3시간 남짓 남아 길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좌측으로는 계속 바다 풍경인데, 신기하게도 바다가 가깝게도 멀게도 느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김념바다에서 출발하여 세화해수욕장까지 가야 하는 20번 코스는 아스팔트 길이 많아 약간의 운치는 떨어졌으나 평소에 못 보던 바다는 맘 껏 볼 수 있는 코스였다. 



 


드디어 도착이다.  

어둠이 내린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드디어 누울 수 있는 곳에 왔다. 다리는 내 것이 아닌 듯 제어가 안된다.

그 와중에도 배에선 소주와 고기 타령이다. 이건 의지다. 씻고는 그 무거운 발을 다시 식당을 찾아 나선다.

그렇게 오늘은 5만보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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