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사탕 Feb 18. 2022

박철범의 '하루라도 공부만 할 수 있다면'을 읽고

'잘했다'고 스스로를 토닥토닥


작가가 이 책을 처음 썼던 것은 2009년이었고, 올해는 책을 전면 개정해서 다시 출판했다고 앞 부분에 설명이 되어 있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2009년에 작가는 어떤 내용을 썼을까? 작가의 말에서 그는 “우리는 삶을 위해 공부한다”라고 제목을 달았다.


Non scholate sed vitae discimus


작가가 좋아하는 라틴어 격어인 이 말은 “우리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공부한다”라는 말이라고 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도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결국 입시에 실패하기도 하고, 대학에 다니면서 다른 대학 진학을 준비하기도 했던 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대단하다’라는 말은 그가 이룬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평가가 맞는 것 같다.


가난하고, 아빠와 살다가 엄마에게 가고, 엄마의 사업이 실패하고, 결국 엄마가 감옥에 가는 상황까지 겪은 작가의 삶이 어떻게 순탄하다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어려운 삶이 더 강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고, 반대로 어려운 경제와 환경 때문에 돌아가야 하는 길이 포기하고 싶게 만들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정말 대단한 것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방황하고 돌아가고, 힘들어하고 그런 과정을 아무리 많이 겪었어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어떤 것보다 가치가 있다.


가끔 우리집 아들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이렇게 하나도 어려움이라고는 겪어보지 않고 사회에 나가게 되면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나와 남편은 어렸을 때 힘든 일들을 겪었다고 생각했다. 부모님 중 한 분이 빨리 돌아가시고, 새로운 가족을 만나야 했고, 아빠가 사업에 실패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과정 중에도 나는 다행히 바닥까지 가지 않을 수 있는 환경에 있었다. 어찌 되었건 아주 힘든 상황까지 겪어보지는 않았다. 그런 어려운 환경을 겪으면 그것들이 정말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 질문에는 정확히 대답하기가 아직도 어렵다.


작가는 공부를 정말 좋아했다. 전교 바닥까지 치고도 다시 올라오는 공부 방법을 고민하고, 노력해서 고등학교 때는 최고에 이르렀다. 물론 전학도 했고,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말이다. 마지막 입시에서 잠깐 방황한 탓에 원하는 대학을 진학하지 못해서 다시 재수를 했고, 서울대에 진학했지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른 상태로 전공을 선택했다. 공부하다 결국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었고, 법학을 전공하기 위해 다시 대학을 가게 된다. 그리고, 도저히 등록금을 마련할 수가 없어서 결국 몇 년간 과외를 직업으로 해서 돈을 모으고, 대학과, 로스쿨까지 졸업한 후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이런 과정을 보고 우리는 보통 인간승리라고 부른다. 작가의 의지는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달리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문득 궁금해지는 것은 이렇게 달려간 작가가 변호사가 되어서 그 뒤의 삶을 어떻게 살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빗나가지 않고, 명예와 부만 추구하지 않고, 정말 좋은 변호사가 되면 좋겠다. 어려운 사람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그런 변호사 말이다.


문득, 내가 처한 환경에서 나의 노력은 어떻게 평가받을까 궁금해진다. 애썼고, 노력했고,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과연 다른 사람이 평가한다면 어떻게 말할까?


누군가의 평가 말고, 지금은 스스로 나 자신에게 “잘했다”고 토닥토닥 해주고 싶다. 글을 쓴 작가에게도 그렇게 해주고 싶다. 어떤 평가를 받든, 앞으로 어떻게 살든, 열심히 달려오느라 부단히 노력했고, 그 가치를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 뿐이니 스스로에게 힘을 주면서 살면 된다고 말하고 싶다. 크게 성공하지 않아도 스스로 그렇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진정한 29 센티미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