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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사탕 Feb 18. 2022

박영규 역사소설 '활인'을 읽고

활인, 사람을 살리다


책 속에서 활인과 살인, 어느 것을 택하겠느냐고 끊임없이 묻는다. 말 그대로 활인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역사 소설은 늘 그렇지만 읽고 나면 궁금해진다.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인물에 대한 것도, 역사적 사건에 대한 것도 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 다르고,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때로는 이순신 같은 역사적 인물도 이상한 측면만 부각해서 이야기하게 되면 우리가 알던 그 인물이 맞는가 싶어지지 않는가?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내내 생각했다. 사실이건 아니건, 그냥 책으로만, 허구로 생각하면서 읽어가자고. 이 책은 활인원이라고 하는 병자를 치료하는 곳에서 탄선이라는 승려와 함께 백성들의 병을 치료해 나가는 노중례, 그리고 여의인 소비 이렇게 세 사람이 조선에서 사람들을 치료해 나가면서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과 역사적인 사건 이야기다.


탄선은 양홍달과 같이 스승에게서 의술을 익혔지만, 조선이 세워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복수와 피비린내 나는 역사 속에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노중례는 양반이었고 관리였던 아버지가 제물 때문에 목사를 살해하고 중국 상인들과 밀거래 했다는 거짓 죄로 옥에서 자살을 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삼형제가 뿔뿔히 노비로 흩어져 살았으나, 노중례가 탄선과 함께 활인원에서 일하게 되면서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사건들을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활인원 여의인 소비는 세종의 부인인 심씨의 난산을 돕는 등 의녀로서의 기량이 뛰어났다. 내의녀가 된 소비가 궁에서 활약을 벌였지만 기녀의 딸로 알고 있었으나, 결국 정도전의 손녀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세 주인공이 조선의 많은 백성들 사이에서 의술을 통하여 사람을 살릴 때 그 중심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종대왕이 있었다. 충녕대군으로 왕이 되지 못할 상황이었지만, 결국 왕으로 등극하게 되고, 그 속에서 의술은 아니지만 사람을 살리는 활인의 길을 걷게 되는 왕인 세종이 주인공들과 함께 하게 된다.


“활인! 사람을 살리는 일, 탄선은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알고 보면 종교도 학문도 정치도 모두 사람 살리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했다. 물론 부처나 임금이 해야 할 일도 마찬가지였다. 따지고 보면 사람이 만든 모든 것이 생존을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나라도 무기도 학문도 문자도 의술도 집도 밭도 논도 죄다 사람이 생존을 위해 고안한 도구였다.” 


탄선과 노중례, 그리고 소비가 의술을 펼치는 가장 많은 순간이 역병이 나타나서 백성들이 죽어가는 현장이었다. 사람들은 역병을 치료할 수 없으니 죽은 시체들을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만들어 길에 버리거나 묻는 것도 힘들어했다.


이들이 백성을 구하기 위해 역병 현장에서 일하는 것을 보면서 지금의 정치인들을 떠올려본다. 대통령 후보로 나온 사람이 현실이 어떤지,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는지 알지도 못하는 지금의 상황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세상에 부자가 왜 이렇게 많은걸까? 평범한 사람들이 할 수 없는 것들을 너무 쉽게 이야기 한다. 정말 나라가 나를 위해, 백성인 우리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하게 된다.


탄선이 충녕대군에게 활인과 살인의 길 중 어떤 길을 걷겠느냐고 질문하고, 제자들에게도 죽어가는 원수를 만났을 때 살릴 수 있느냐고 물었다. 노중례가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아버지를 죽인 자들을 치료하고 살릴 때 문득 궁금해졌다. 어떤 것이 정말 복수인 것일까?


문득, 지금 이 시대에도 활인을 생각하면서 정치와 의술을 펼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사람을 구하는 것도, 사람을 죽이는 것도 정치와 의술이 아닐까? 현대나, 과거인 조선이나 사람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구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중심에 서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인가보다. 최소한 그런 사람들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만 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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