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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사탕 Aug 21. 2021

얘들아, 학교로 돌아와!

3학년 2학기 개학, 드디어 시작하다.

2학기 드디어 시작


개학날이다. 두둥. 가슴이 두근두근. 아이들은 학교에 올 때 개학이라고 온갖 짜증을 다 내면서 올까? 아니면 친구들 만날 생각에 신나서 올까? 이 걱정은 늘 개학마다 또, 학교마다 완전히 다르다. 도시학교의 아이들은 친구들 만날 생각에 설레서 학교에 오는 것을 즐거워 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지금 우리 학교와 비슷한 시골학교 친구들은 방학 동안 내내 집 근처 친구들을 만나서 함께 놀았기 때문에 별로 개학이 반갑지 않다. 개학은 동시에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지니까. 


그래도 신나는 개학날 아침


그래도 아이들은 개학날 아침에는 부산하다. 친구들과 떠들고,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과 놀이를 하기도 하고 학교 곳곳을 헤집고 다닌다. 작은 학교 친구들은 학교를 자기 집처럼 돌아다니고, 여기 저기 헤집어도 전혀 걱정이 없다. 아무도 야단치지도 않고, 다들 반갑게 인사를 해주니까. 우리 학교는 학생이 31명뿐이다. 시골 학교들은 점점 학생들이 줄고 있다. 한 때는 한 반에 20명 정도씩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가장 많은 학생수가 3학년으로 8명이다. 1학년은 단 2명 밖에 없다. 그 중 한 친구가 올해 말에 전학을 간다고 하니 1명만 남는 교실도 생기는거다. 어쨌든, 아침부터 개학이라고 아이들이 시끌시끌하다. 다른 학년 형들이나 오빠, 동생들을 만나서 북적북적 수다를 떨고, 장난을 친다. 드디어 학교가 살아난 것 같다. 진짜 개학이네, 실감을 하게 된다.


방학과제로 한바탕 소동


방학과제는 해마다 조금씩 줄여간다.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과 만나기 힘들었던 작년에는 3학년 친구들에게 거의 방학숙제를 내지 않았었다. 올해는 작은 학교라 꾸준히 등교를 하니, 일기와 독서에 집중한 숙제를 내주었다. 방학날 아침, "방학숙제 제출하세요."라고 말하는 내 목소리에 아이들이 앞으로 나와서 하나씩 구분해서 내고, 자기가 낸 과제에 동그라미를 쳤다. 다 끝나고 숙제 제출표를 보니, x가 수두룩하다. 심지어 숙제를 하나도 안해온 친구도 2명이나 있다. 8명 중 두명이니 1/4이다. 충격적이다. 


숙제를 하나도 안한 친구들은 왜 그런걸까? 평상시 아이들의 모습을 살펴봤던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자. 남자친구는 엄마가 필리핀 분이고, 아이의 숙제를 챙겨주지 않는다. 아이 혼자 대부분 해오는데 평상시 학교에 나올 때는 제법 잘 해왔는데 방학 동안은 혼자 집에 있고 엄마는 일터에, 동생은 유치원에 갔으니 그 친구의 일상은 오직 컴퓨터 게임 뿐이었을 것이다. 나의 짐작을 물어보니 역시 "네. 게임만 했어요."라고 답한다. 또 한 친구는 우리반 다크호스. 숙제 뿐 아니라 오늘 아침에도 10시가 넘어서 등교했다. 집에 3번이나 전화를 했다. 9시에, 9시 20분에, 9시 40분. 세 번째 전화를 받은 어머니 말씀 "늦게 일어 났네요." 그 친구의 가방에 들어 있는 것은 달랑 필통 하나 뿐이다. 방학 과제도, 알림장도, 공책도 아무것도 없다.


방학숙제를 안해온 친구들, 어떻게 할까? 


그 외에도 방학 과제를 조금씩 안해온 4명의 친구들과 실갱이를 벌였다. 늘 고민이다. 안해온 친구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시켜야 맞는걸까, 아니면 그냥 조용히 넘어가는게 좋을까? 안한 과제를 시키려면 교사의 온갖 노력이 필요하다. 남겨야 하고, 부모님께 다 전화를 해야 하고, 아이들 하나 하나 과제를 하도록 시켜야한다. 결국 4명의 남긴 아이 중 1명의 부모님께 전화가 왔다. 학교 버스를 타지 않고 남았는데 구몬 선생님이 2시 30분에 오신다고 어떻게 하냐고 한다. 몰래 나가서 아이를 집에 내려주고 왔다. 아이는 숙제도 마무리 못하고, 한가지만 집에서 하기로 약속하고 갔다. 돌아오니, 3명 중 한 명의 친구만 다 하고 집에 갔고, 하나도 안한 2명의 친구만 남았다. 


일기 12개를 한 번에 쓸 수도 없고, 독서록도 한 번에 다 쓸 수 없어서 그냥 일기 1개와 책 1권만 읽기로 했다. 나머지 즐거운 선택 숙제는 집에서 하고 내일 가져오기로 했다. 늘 과제를 안해오는 효진이는 나머지 과제도 결국 하나만 해오고 끝이 났다. 그나마 게임을 열심히 하던 상균이는 약속대로 집에서 첫날은 EBS 방학생활을 일부 보고, 다음날은 선택과제도 2개 해서 가져왔다. 숙제를 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끝까지 하게 하는게 맞을까, 아니면 그냥 안해온 것 챙기는 것도 너무 힘드니 포기하는게 맞을까? 선생님으로서 늘 고민하는 문제지만 해결을 못하고 15년도 넘게 끙끙거린다. 



힘찬 시작, 맞을까?


첫시간 숙제로 씨름을 한 후 방학동안 한 일에 대한 이야기 나누고, 친구들과 서로 방학생활을 맞추는 게임도 했다. 그리고, 2학기를 어떻게 보낼까, 나의 고민은 무엇인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얼까 여러 가지 고민을 하면서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교과서도 받았다. 온책읽기로 시작할 새 책도 도서관에서 가져왔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이야기도 마쳤다. 전날 미리 내가 교실 청소를 해 두어서 아이들은 다른 청소도 안하고 점심 시간동안 신나게 밖에서 놀다가 들어온다. 그래, 오늘은 신나게 놀자. 공부는 내일부터!


아이들은 공부를 시작한다니 한숨을 내쉰다. 공부는 왜 힘들어할까? 1학기 내내 수학 때문에 끙끙거렸던 아이들 때문에 미리 학급운영비로 개념 문제집도 사 두었다. 늘 프린트로 수학 문제를 인쇄해서 책을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예산이 넉넉한 학교라 문제집도 살 수 있어서 신이 났다. 2학기에는 수학을 꼭 제대로 통과할 때까지 연습 시키리라. 아이들은 과연 내 결심을 좋아할까? 딱 2명의 친구만 '와' 할 것 같고, 6명의 친구는 '우' 하고 엄지를 밑으로 척! 어쨌거나, 2학기가 새롭게 시작이다. 힘차든, 고개를 저으면서 힘들게 시작하든 이제 진짜 야무지게 출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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