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 가지를 찢으며

by 새미로

명절 전이면

다들 나처럼 적당히 무기력하고, 어지간히 짜증 나며, 웬만큼 날이 서 있는지…



저녁거리로 마땅한 걸 찾다가 냉장고에 뒹구는 가지를 씻는다.

이틀 전만 해도 수분감 충만한 탱탱한 녀석이었는데 어느새 탄력을 잃었다.


삼발이 찜기에 가지를 얹고 물이 끓고 5분,

왜 매번 적정 타이밍 잡기가 힘든지 모르겠다며 불 끄고 한 김 식기를 기다렸다….가


급한 성질머리 못 이기고 가지를 쭉쭉 찢는다.

뜨거운 걸 억지로 참아가며, 찢는다기보다는 쥐어뜯는데 이건 자해인지 가족을 위한 엄마의 정성인지 구분이 안된다.


엄마랑 시엄니는 이걸 잘도 하던데 생각하며, 나도 이걸 잘 참을 때쯤이면 누가 봐도 노인이겠지 상상하다가,

태평스레 거실에서 초저녁잠을 자는 남편을 흘깃거려 본다.


좋겠다,

명절 앞두고 밤에 친구 만나러 나갈 생각에 미리 잠까지 자두는 치밀함이란…



실컷 찢은 가지 무쳐 놓으니 한 줌도 채 안 되는 것을, 애들한테 환영받지도 못하는 나물 반찬 하나 만드느라 별의별 번뇌와 다 싸우는 스스로가 애처롭다.


엄마와 시엄니는 이 뜨겁고 물컹거리는 가지를 찢을 때마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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